노년을 괴롭히는 각종 질환의 예방법과 관리법을 제시한 건강정보서이다. 지은이 김광일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노인의료센터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1장: ‘늙으면 다 아프지 뭐’라는 제목으로 노인의 인지기능, 심폐기능, 감각기능, 근골격계, 내분비계, 피부의 변화를 다루고 있다.
2장: ‘질병의 초기증상일까?’라는 제목으로 노년에 잘 걸리는 7대질병(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 치매, 파킨슨병, 암, 근골격계질환, 내분비질환) 예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3장: ‘맨날 운동하는데 왜 아플까?’라는 제목으로 운동, 식사·영양, 건강검진, 예방접종, 수면, 건강기능식품, 약 등 건강한 노년생활을 위한 필수지식을 이야기한다.
4장: ‘이런 행동 괜찮을까?’라는 제목으로 운전, 낙상, 날씨, 집안일, 사우나 등 노년을 위협하는 생활 속의 위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책 3장의 내용 중 노년에 접어든 사람들에게 도움될 것이라고 생각되는 ‘예방접종’, ‘건강기능식품’, ‘약’에 대하여 알아보기로 한다.
1. 예방접종
(1)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 흔히 독감이라 불리는 인플루엔자는 전염성이 높은 급성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질환이다. 인플루엔자는 모든 연령의 사람이 쉽게 걸릴 수 있지만 인플루엔자에 의한 사망의 대부분은 노년층에서 발생한다. 사망 원인은 인플루엔자의 합병증인 폐렴과 심폐질환 악화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플루엔자백신은 매년 보건소에서 65세 이상의 노인에게 무료접종하고 있다. 예방접종 후 효과적인 면역반응은 10~14일 후 나타나기 때문에 독감이 유행하기 전인 10~11월에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 또한 인플루엔자는 매년 다른 바이러스 유행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이전 예방접종 유무와 상관없이 매년 맞아야 한다.
(2) 폐렴구균 예방접종: 폐렴구균은 폐렴의 가장 흔한 원인균으로 패혈증(미생물에 감염되어 전신에 심각한 염증반응이 나타나는 상태), 뇌수막염, 중이염 등의 원인이기도 하다. 폐렴구균 폐렴은 치료를 위해 입원해야 하는 가장 흔한 감염성질환으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사망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적극적인 예방접종이 필요하다. 폐렴구균 예방접종은 13가 단백결합백신과 23가 다당류백신 두 종류가 있다.
13가 백신과 23가 백신은 각각 13개와 23개의 폐렴구균 혈청형에 대해 면역능력을 가진다는 의미이다. 23가 다당류백신은 침습성 감염증 및 뇌수막염에 예방효과를 보이지만 폐렴에 대한 예방효과는 13가 단백결합백신이 더욱 우수하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에서는 두 백신을 모두 접종하는 것을 추천하고, 백신 투여 간격은 1년 이상을 두도록 권고한다.
만약 폐렴구균백신을 전혀 접종하지 않았다면, 13가 단백결합백신을 먼저 맞고, 1년 후 23가 다당류백신을 맞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 보건소에서는 23가 다당류백신을 무료접종하고 있다.
23가 다당류백신의 재접종은 일반적으로 추천하지 않는다. 하지만 65세 이전에 처음 접종한 후 5년 이상이 경과한 65세 이상의 노인이거나 백혈병, 악성종양, 면역억제제 사용 등으로 면역능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처음 접종 후 5년 이상 경과하였다면 재접종 받을 수 있다. 이 경우에도 3회 이상의 재접종은 일반적으로 추천하지 않는다.
(3) 대상포진 예방접종: 대상포진은 어릴 때 수두에 감염된 후 잠복했던 바이러스가 면역력이 떨어지면 활성화되어 발생하는 질환이다. 피부에 수포성 발진이 생기기 전에 통증이나 감각이상이 나타난다. 대상포진은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지만, 치료시기가 늦은 경우 ‘대상포진 후 신경통(postherpetic neuralgia)’이라는 합병증으로 매우 고생할 수 있다.
대상포진백신은 비록 대상포진의 발병을 100퍼센트 예방하지는 못하지만, 발병했을 때 심한 통증이나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발생하는 것을 줄일 수 있다. 면역이 떨어진 환자나 항암치료 중인 환자에게는 사용하지 않는다. 이전에 대상포진을 앓은 적이 있어도 3년이 지나면 예방접종을 할 수 있다. 이전까지는 ‘조스타박스(Zostavax)’를 사용했지만, 최근 대상포진 예방효과가 보다 우월한 ‘싱그릭스(Shingrix)’가 승인되었다. 미국에서는 조스타박스보다 예방효과가 우월한 싱그릭스를 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4) 파상풍 예방접종: 파상풍은 ‘파상풍균(clostridium tetani)’이 생산하는 독소에 의해 골격근이 경직되고 근육이 수축하는 질병이다. 파상풍균은 토양 등의 환경에 존재하며 오염된 상처를 통해 유입된다. 파상풍은 흔한 질병은 아니지만 항체역가(抗體力價, 특정 항원에 대한 항체의 양)가 나이가 들수록 감소하여 질병에 취약해지며, 일단 파상풍에 걸리면 근육마비로 인해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예방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65세 이상의 노인에게는 파상풍·디프테리아백신(TD, Tetanus Diphtheria)접종을 행하고 있으며, 10년마다 추가접종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2. 건강기능식품
(1) 건강기능식품과 약의 차이: 병원에서 약으로 처방받는 비타민, 오메가3, 프로바이오틱스 등과 약국에서 처방 없이 구입할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은 차이가 있다. 약은 각각의 성분에 대한 효능 및 안전성에 대한 임상시험을 거치고, 이러한 자료를 검토한 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를 받아야 처방 및 투약이 가능하다. 반면, 건강기능식품은 인체에 유용한 기능성을 가진 원료나 성분을 사용하여 제조 가공한 식품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동물시험, 인체적용시험 등의 결과를 평가하여 기능성원료를 인정받는 절차를 거친다.
정리하자면 약은 질병을 직접적으로 치료하거나 예방하기 위해 사용된다면, 건강기능식품은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 목적이 아닌 일상 식사에서 결핍되기 쉬운 영양소를 보충하거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된다. 따라서 약과 건강기능식품은 추구하는 목표가 다르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간혹 심근경색 또는 뇌경색환자가 아스피린이나 항혈전제를 복용하면서 혈액순환의 개선을 위해 건강기능식품을 추가로 복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질병을 치료하려면 건강기능식품이 아니라 약을 복용해야 한다. 이런 경우 건강기능식품을 복용하면 큰 효과가 없거나 심하게는 부작용이나 합병증 발생위험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2) 건강기능식품을 복용할 때 주의할 점: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는 경우에는 담당의사에게 자신이 복용하고 있는 건강기능식품에 대해 알려주어야 한다. 간혹 건강기능식품과 복용 중인 약의 상호작용으로 약의 효과가 줄어들거나 증가하여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심방세동이나 심장판막질환이 있어 뇌졸중을 예방하고자 항응고제인 와파린을 복용하는 환자의 경우 비타민 K가 함유된 종합비타민제를 복용하면 와파린의 효과가 줄어들어 뇌졸중 예방효과가 떨어진다. 또한 병원에서 아스피린이나 클로피도그렐(clopidogrel) 등의 항혈소판제를 복용하면서 동시에 건강기능식품으로 오메가3나 감마리놀렌산을 추가해서 복용하면 출혈의 위험성이 증가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홍삼성분이나 은행잎제재는 혈소판 기능을 억제하여 혈전형성을 예방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수술을 앞둔 환자가 복용을 중지하지 않으면 수술 후 과다출혈의 위험성이 있다. 특히 아스피린 등의 항혈소판제와 같이 복용하는 경우 출혈의 위험성이 더욱 커지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자신의 투약 내용을 잘 알고 의사와 상의하여 건강기능식품을 복용해야 한전하다.
(3) 꼭 먹어야 하는 건강기능식품이 있을까?: 시판 중인 건강기능식품 가운데 실제로 질병예방 및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증명된 것은 거의 없다고 보아도 된다. 비타민(비타민 B·C·E, 엽산 등), 항산화제, 오메가3 등으로 많은 연구를 수행했지만 의미 있는 결과는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질병발생위험을 낮추기 위해 추천하는 유일한 건강기능식품은 골다공증을 예방하기 위한 칼슘과 비타민 D이다. 하지만 최근 칼슘보충제가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며, 부작용이 없도록 식품으로 칼슘을 섭취하기를 추천한다.
3. 약
(1) 올바른 약 복용법: 흔히 약은 식후 30분에 복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위장관장애를 초래하는 약이 아니라면 굳이 식후 30분에 복용할 필요는 없다. 식사에 의해 약물 흡수율이 저하되거나, 음식물과의 상호작용에 의해 영향을 받는 약을 제외하면 식사와 무관하게 복용할 수 있다.
하지만 위장관 운동 조절제나 일부 혈당강하제(당뇨약) 등은 식전에 복용해야 더 효과적이며, 제산제나 지사제 일부는 다른 약의 흡수를 방해하므로 공복에 최소 두 시간 간격을 두고 복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스타틴도 초기에 나왔던 약들은 저녁에 복용하는 것을 추천했지만, 최근 약들은 복용 시기에 따른 약효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굳이 저녁에 복용할 필요는 없다.
약을 복용할 때는 미지근한 물 한 컵과 함께 복용하는 것이 좋다. 너무 찬물은 위장점막의 흡수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 연하게 우린 보리차나 옥수수차와 함께 복용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주스나 우유와 함께 약을 복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유제품의 경우 우유 안의 칼슘 성분이 약과 결합하여 약의 효능을 감소시킬 수 있다.
(2) 약과 음식의 독이 되는 조합: 아래의 몇 가지 조합은 약과 음식을 같이 먹을 때 부작용의 발생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① 항히스타민-알코올: 감기약이나 어지럼증 치료제로 사용되는 항히스타민제는 졸음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약을 복용하는 동안 음주를 하게 되면 낙상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성이 높다.
② 기관지 확장제(테오필린)-카페인: 카페인 효과가 항진되어 심장박동수가 증가하거나 과흥분성, 또는 불안하고 초조해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③ 스타틴-포도·자몽주스: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스타틴 중 아토르바스타틴, 로바스타틴은 포도주스나 자몽주스와 같이 복용하면 약의 농도가 증가되어 부작용 발생위험이 높아진다.
④ 골다공증 치료제(비스포스포네이트): 공복에 복용해야 하며 음식물과 같이 복용하면 흡수가 저해된다.
⑤ 와파린-녹황색채소: 비타민 K를 억제해서 혈액응고를 저해하는 와파린을 복용하는 경우, 비타민 K가 많은 녹황색 채소(시금치, 양배추, 상추, 케일, 브로콜리)와 콩류를 많이 섭취하면 약효가 떨어진다.
기자는 이 책을 ‘죽을 때까지 치매 없이 사는 법’과 같이 구입했다. ‘죽을 때까지 치매 없이 사는 법’를 먼저 읽고, 이 책은 나중에 읽었는데, 책의 여러 부분에서 겹치는 내용이 많았다. 즉, 인지기능, 치매, 운동, 영양, 수면 등이다. 그래서 위에서 언급한 분야의 내용은 생략한다. 궁금하면 ‘죽을 때까지 치매 없이 사는 법’을 참고하기 바란다.
기자가 기억하는 한 성인이 된 후에 예방접종을 맞은 적이 없다. 아내가 해마다 독감백신을 맞으러 가라고 하지만 한 번도 가지 않았다. 또 아픈 적이 거의 없어서 어쩌다 한 번씩 약을 먹기는 하지만, 그 약을 끝까지 먹는 경우는 드물다. 처방해준 약을 다 먹기 전에 병이 낫기 때문이다.
그러나 너무 건강을 자신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늙어도 늙지 않기 위해 독감, 폐렴구균, 대상포진, 파상풍 예방접종을 해야겠다. 그리고 병이 나기 전에 미리 예방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줄여야 할 것은 건강기능식품이다. 아침 식사 후에 먹는 것이 6가지, 저녁 식사 전후에 먹는 것이 2~3가지다. 건강기능식품 때문에 병이 나는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될 정도이다. 꼭 먹어야 할 건강기능식품은 없다고 하므로 차츰 줄여나가야겠다.
이 책의 제목처럼 ‘늙어도 늙지 않는 법’은 없다. 저자가 말하는 늙어도 늙지 않는 법은 ‘늙어도 젊게 보이는 법’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늙어도 건강하게 오래 사는 노년’을 말하는 듯하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