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9년 기묘 9월 2일, 대한민국 황해도 해주부 수양산 아래에서 한 남자아이가 태어나니 성은 안, 이름은 중근, 자는 응칠이었다. 중근은 성질이 가볍고 급해 지은 이름이며, 응칠은 가슴과 배에 검은 점이 일곱 개여서 붙였다.
어려서부터 사냥을 즐겨, 언제나 사냥꾼을 따라다녔다. 장성해서는 총을 메고 산에 올라 새와 짐승들을 사냥하느라 학문에 힘쓰지 않아 부모와 선생님들이 엄하게 꾸짖기도 했으나 끝내 따르지 않았다.
16세 때인 1894년 김아려와 결혼해 2남 1녀를 두었고, 이듬해에 천주교에 입교해 세례를 받고 도마(토마스)라는 세례명을 받았다.
안중근이 평생 즐기던 일이 네 가지가 있었다. 친구와 의를 맺는 것, 술 마시고 춤추고 노래하는 것, 총으로 사냥하는 것, 날쌘 말을 타고 달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멀고 가까운 곳을 가리지 않고 의협심 있고 사나이다운 사람이 어디서 산다는 말만 들으면 언제라도 말을 달려 찾아갔다. 그가 동지가 될 만하면 밤새 토론하고 유쾌하게 술을 마시며 춤도 추거나 기생집에서 놀기도 했다.
27세 때인 1905년 을사보호조약이 체결되자 중국 상하이로 건너가 한인들을 모아 국권회복을 도모했다. 1906년 봄 3월에 가족과 함께 진남포로 이사했다. 집안을 안정시킨 후 남은 재산을 출연하여 두 곳에 학교를 세웠다. 하나는 삼흥학교이고, 또 하나는 돈의학교였다. 안중근은 교무를 맡아 재주가 뛰어난 청년들을 가르쳤다.
이후 연해주로 가서 의병대열에 참가해 대한의군을 조직하고 무장 항일투쟁에 나섰다. 1909년 뜻을 같이 하는 이들과 '동의단지회'라는 비밀결사를 조직했는데, 이때 이들은 왼손 네 번째 손가락 한 마디를 잘라 태극기에 피로 '大韓獨立'(대한독립)을 새겼다. 그해 10월 26일 만주 하얼빈역에서 조선통감부 초대통감인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했다. '안응칠 역사'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이튿날 아침 일찍 양복 한 벌을 갈아입은 뒤에 단총을 지니고 정거장으로 나가니, 오전 7시쯤이었다. 그곳에 이르니, 러시아 고관과 군인들이 많이 나와 이토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찻집에 앉아 차를 마시며 기다렸다. 9시쯤 되어 특별열차가 도착했다. 환영 인파가 인산인해였다. 동정을 엿보며 생각했다. '어느 시간에 저격하는 것이 좋을까?' 미처 결정을 내리지 못할 즈음, 일행이 기차에서 내려오자 의장대가 경례하고 군악 소리가 울리며 귀를 때렸다. 그 순간 분한 생각이 용솟음치고 삼천길 업화가 머릿속에 치솟아 올랐다. '어째서 세상 일이 공평하지 못한가. 슬프다. 이웃 나라를 강제로 빼앗고 사람의 목숨을 참혹하게 해치는 자는 날뛰며 천지를 횡행하고 다니는데 어질고 약한 우리 민족은 왜 곤경에 빠져야 하는가?' 울분을 참으며 용기 있게 뚜벅뚜벅 걸어, 군대가 늘어서 있는 뒤편에 이르렀다. 러시아 관리들이 호위하고 오는 사람들 중에, 맨 앞에 누런 얼굴에 흰 수염을 한 조그마한 늙은이가 있었다. '저자가 이토일 것이다.' 생각하고 바로 단총을 뽑아 그를 향해 네 발을 쏜 다음, 생각해보니 그자가 정말 이토인지 의심이 났다. 내가 본시 이토의 얼굴을 모르기 때문이다. 만약 잘못 쏘았다면 일이 낭패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뒤쪽을 보니, 일본인 무리 가운데 가장 의젓해 보이는, 앞서 가는 자를 향해 세 발을 이어 쏘았다. 만일 관련 없는 사람을 쏘았다면 일을 어찌하나 주춤하는 사이에 러시아 헌병이 나를 체포했다. 1909년 10월 26일 상오 9시 반쯤이었다. 하늘을 향해 큰 소리로 대한 만세를 세 번 부른 다음 헌병대로 붙잡혀 갔다."(201~203쪽)
1910년 2월 14일 공판에서 사형이 선고되고, 그해 3월 26일 뤼순감옥에서 순국했다. 이때 안중근의 나이 31세였다. 옥중에서 자서전인 '안응칠 역사'와 동양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동양평화론'을 집필했으며, 이 중 '동양평화론'은 형이 집행되면서 미완으로 남았다. 대한민국 정부는 그의 공훈을 기리어 1962년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추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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