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
사기․강박에 의한 의사표시
1. 민법규정
민법 제110조는 ① 사기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다. ② 상대방 있는 의사표시에 관하여 제3자가 사기나 강박을 행한 경우에는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 경우에 한하여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 ③ 전2항의 의사표시의 취소는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에 있어서는 효과의사를 결정하게 된 동기의 착오가 있게 된다.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에 있어서는 동기의 착오가 존재하지 않는 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게 한 것은 의사표시로서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다.
2.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의 취소
표의자가 타인(상대방 또는 제3자)의 기망행위로 동기의 착오에 빠져서 한 의사표시를 말한다.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 취소의 요건은 다음과 같다.
(1) 사기자의 고의
(가) 사기자에게 고의가 있어야 하며 과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사기자는 그 사기행위가 없었다면 표의자가 그러한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으리라는 것을 알면서 이러한 의사표시를 하도록 유도했어야 한다.
(나) 고의는 ‘사기행위’, ‘착오의 야기’ 및 ‘이에 기한 의사표시’의 3단계에서 각각 존재하여야 한다. 반면에 표의자를 기망하여 착오에 빠지게 하려는 고의와 다시 그 착오에 기하여 표의자로 하여금 의사표시를 하게 하려는 고의와의 2단계 고의로 충분하다는 견해도 주장된다.
(다) 민법은 피사기자에게 손해가 발생할 것을 요건으로 하지 않으므로 피사기자에게 손해를 가할 의사는 요건이 아니다. 자기 또는 타인으로 하여금 재산상의 이익을 얻게 할 의사도 요건이 아니다.
(2) 사기행위
표의자로 하여금 실제와 다른 관념을 야기하게 하거나 이를 강화․유지하게 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 기망행위는 작위가 보통이나 부작위일 수도 있다. 사기행위란 형법상의 기망행위와 유사한 의미이다.
(가) 어떤 상황에 관하여 진실에 반하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 주장은 작위에 의한 기망행위이다.
(나) 일정한 침묵은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가 될 수 있다. 신의성실의 원칙 및 거래관념에 비추어 어떤 상황을 고지할 법률상의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고지하지 않음으로써 표의자에게 실제와 다른 관념을 야기․강화․유지하게 하는 경우에 침묵은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가 된다. 고지의무의 존부는 당해 거래행위의 성질 등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결정하여야 한다.
(3) 인과관계
기망행위․착오․의사표시간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가) 동기의 유발
기망행위와 착오간에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하기 위하여는 기망행위가 표의자의 동기의 착오를 유발한 것으로서 족하다.
(나) 기망행위와 착오간의 인과관계
표의자가 진실한 사실관계를 안 경우에는 기망행위와 착오간의 인과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표의자가 거래상 요구되는 주의를 해태하여 이를 알지 못하였던 경우에는 인과관계가 인정된다. 인과관계는 표의자의 주관적인 것으로서 충분하기 때문이다.
(다) 동기와 의사표시간의 인과관계
착오와 의사표시간에도 착오를 원인으로 하여 그 의사표시를 했다는 인과관계가 존재하여야 한다.
(4) 위법성
사기행위가 위법하여야 한다. 신의칙과 거래관념에 따라 구체적으로 위법성의 유무를 따져야 한다. 과대광고가 언제나 위법한 기망행위로 되는 것은 아니고 신의칙과 거래관념에 의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3.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의 취소
표의자가 타인의 해악의 고지에 의해 유발된 공포심에서 그 해악을 피하기 위하여 한 의사표시를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라고 한다. ① 표의자의 착오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착오나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와 다르다. ② 표의자가 진정으로 의욕하지 않은 것을 잘 알면서 의사표시를 한다고 하는 점에서 비진의표시 또는 허위표시와 유사하나 내심적 효과의사의 결정이 해악의 고지에 의하여 결정된다는 점에서 이들과 다르다.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 취소의 요건은 다음과 같다.
(1) 고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가 되기 위해서 3단계의 고의를 필요로 하는 것은 사기에 있어서와 동일하다. 즉 ① 강박행위를 하려는 고의 ② 박행위에 의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키게 하려는 고의 ③ 공포심에 의하여 일정한 의사표시를 하게 한다는 고의이다. 이 3단계의 고의 중 어느 하나가 결여되어도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로 되지 않는다.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는 피강박자의 의사를 결정하게 하려는 강박자의 의사를 요건으로 하므로 강박자는 이러한 것을 분별할 수 있는 의사능력 내지 인식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강박자의 위법성 인식 및 비난가능성은 요건이 아니다. 강박자가 강박행위에 의하여 재산상의 이득을 얻고자 하는 의사 또는 표의자로 하여금 재산상의 손실을 입게 하려는 의사 등도 필요하지 않다.
(2) 강박행위
(가) 의의
강박행위란 강박자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해악을 고지하는 행위이다. 해악은 모든 종류 및 형태의 불이익을 말한다. 피강박자 본인의 생명, 재산, 명예, 자유, 신용 등에 관한 해악은 물론 그의 근친자 또는 우인에 대한 해악이라도 무방하다. 구두나 서면 기타 실력행사에 의하고 작위․부작위를 묻지 않는다.
강박은 불이익을 주거나 그것을 고지하는 방법으로 한다. 예컨대 따귀를 때리는 등 폭력행위를 고소하겠다고 고지하는 행위, 불성실한 태도를 신문에 보도하게 하여 사업을 못하게 하겠다고 위협하는 행위, 소비대차계약을 해제하겠다고 위협하는 행위 등이다. 그리고 정치적 압력도 해악의 고지로 된다. 이처럼 강박은 불이익 자체 또는 불이익의 고지이므로 이익을 내용으로 하는 것은 강박으로 될 수 없다.
(나) 해악의 정도
해악은 표의자로 하여금 공포심을 야기하기에 충분한 것이어야 한다. 해악은 심리적 강제상태, 즉 표의자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간섭하는 것이어야 한다. 항거불능한 강제가 있은 경우에는 의사표시 자체가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강박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예컨대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으려는 것을 강제로 손을 잡고 서명하게 하는 것은 행위의사 내지 효과의사를 결여하므로 의사표시라고 볼 수 없다.
(다) 해악에 대한 고지자의 영향력
해악은 강박자의 의사에 의하여 좌우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다만 좌우될 수 있는 것인가는 피강박자의 시각에서 결정하여야 한다. 예를 들면 임대인 갑이 임차인 을에 대하여 임대차계약을 해지하면서 을이 이에 대해 불응하면 을이 전에 범한 절도죄를 고발하겠다고 한다면 갑에게 실제 고발의사가 없었더라도 강박이 된다.
(3) 인과관계
강박행위로 인하여 공포심을 야기하고 이로 인하여 의사표시를 하여야 한다. 이러한 인과관계는 주관적인 것으로 족하다. 즉 보통인의 관점이 아니라 당해 피강박자의 사정을 기준으로 하여 인정하여야 한다. 따라서 객관적으로 동일한 강박이라고 하더라도 표의자에 따라서 강박으로 되거나 되지 않는 수가 있다.
(4) 위법성
표의자의 의사가 강박자의 위법한 강박행위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 위법성의 존부는 해악의 수단이나 결과 자체 또는 수단과 결과간의 관계를 검토하여 결정한다.
(가) 수단에 의한 위법성
범죄행위로 공포심을 일으켜 의사표시를 하게 하면 이러한 강박은 언제나 위법하다. 이러한 불법의 수단에 의하여 적법한 목적을 달성하더라도,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하지 못하므로 강박자의 행위 자체가 위법한 것으로 된다. 특히, 살해, 상해, 물건 손괴 등을 고지하는 것은 그 방법이 불법이므로 권리의 행사 전체를 위법한 것으로 만든다.
(나) 목적에 의한 위법성
의사표시를 하도록 강박하는 목적이 불법하면 그 강박행위가 위법성을 띠게 된다. 이 경우 수단에 해당하는 행위가 적법한 권리의 행사라도 전체의 행위가 위법성을 띠어 이에 의한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다.
(다) 수단과 목적의 결합에 의한 위법성
수단과 목적이 개별적으로는 위법하지 않더라도 양자가 겨합하여 불법하게 되면 위법성을 띠게 된다. 예를 들면 자동차사고에 피해운전자가 가해운전자로 하여금 피해배상의무를 시인하는 각서에 서명하게 하기 위하여 가해운전자가 전에 사고를 내고 뺑소니한 사건을 고발하겠다고 고지하는 것은 위법성을 띤다.
4. 효과
(1) 의사표시의 취소
상대방이 사기․강박을 한 경우에는 당해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
(2) 제3자의 사기․강박
상대방 있는 의사표시에 관하여 제3자가 사기나 강박을 행한 경우에는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 상대방 없는 의사표시의 경우에는 보호할 상대방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언제 나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
(3) 제3자를 위한 계약
제3자를 위한 계약에 있어서와 같이 타인(수익성)이 계약으로부터 직접 권리를 취득하는 경우에 그 타인이 제3자의 사기․강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때에는 계약당사자 일방이 이를 알지 못하였고 알지 못한 데에 관하여 과실이 없더라도 표의자는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고 해석된다.
(4) 선의의 제3자 보호
사기․강박을 이유로 한 의사표시의 취소는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선의는 추정되므로 악의를 이유로 취소를 하려는 자가 입증책임을 진다. 제3자에는 표의자의 취소의 의사표시 후 그 상대방과 법률행위를 한 제3자도 포함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