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의 무효와 취소
혼인의 무효와 취소
1. 서설
혼인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혼인은 무효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요건을 갖추지 못한 혼인을 모두 무효라고 한다면, 당사자 사이에서나 또는 제3자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나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를 생기게 한다. 따라서 사실상 성립한 부부관계를 법률상 부인하는 것은 매우 신중하게 하여야 한다. 특히 그들 사이의 출생자를 법률보호 밖에 놓는 것은 안된다. 여기서 혼인의 무효를 취소할 수 있을 뿐인 것으로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 취소의 소급효를 제한하고 있다.
2. 혼인의 무효
(1) 혼인무효의 원인
혼인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경우에 무효로 한다(815조)
(가)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
혼인은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사의 합치에 의하여 성립하는 것이기 때문에 합의 없는 혼인이 무효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무효가 되는 경우로는 ①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의 승낙없이 마음대로 혼인신고를 한 때, ② 사실혼관계가 해소된 상태에서 혼인신고가 일방적으로 이루어진 때, ③ 합의된 내용이 사회통념으로 보아서 부부관계의 본질을 못가지는 때(예, 동거하지 않겠다는 혼인, 동성혼 등), ④ 어떠한 방편을 위하여 하는 것으로 정신적․육체적 결합을 가질 의사가 전연 없는 때(예, 가장혼인), ⑤ 당사자의 일방 또는 쌍방이 신고에 기재된 자와 혼인의사가 없고 동서의 사실도 없는 때, ⑥ 당사자의 일방 또는 쌍방이 신고의 수리 이전에 혼인의사를 철회하였을 때, ⑦ 당사자의 일방 또는 쌍방이 사망 후에 수리되었을 때, ⑧ 심신상실자가 혼인신고 당시에 의사능력을 결여하였을 때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상대방의 나이․직업․재산․성격․재질․처녀성․성불능 등과 같이 상대방의 성질을 알지 못한 경우는 설사 이것이 혼인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점이 된다고 하여도 무효라 할 수 없고, 다만 그러한 상대방의 성질을 알지 못한 것(착오)이 타인의 사기로 인하여 된 것일 때에는 취소원인이 될 것이다.
(나) 당사자 사이에 직계혈족, 8촌 이내의 방계혈족 및 그 배우자인 친족관계가 있거나 또는 있었던 때
(다) 당사자 사이에 직계인척, 부의 8촌 이내의 혈족인 인척관계가 있거나 또는 있었던 때
혼인은 4촌 이내만 인척이므로, 인척관계로 인한 혼인금지범위는 4촌 이내로 축소된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이처럼 광범위하게 무효원인으로 하는 것은 근친혼을 금지하는 데 있으나 입법론적으로는 고려의 여지가 있다.
(2) 혼인무효의 효과
(가) 혼인의 무효는 신고된 혼인이 당연무효이며(통설), 무효의 판정에 의하여 비로소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툼이 있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에 혼인무효확인의 소를 청구할 수 있다. 혼인이 무효가 되면 아무런 효과도 생기기 않는다. 따라서 무효혼에 의한 상속, 그 밖의 권리변동은 무효로 돌아가고, 그 자녀는 혼인외의 출생자가 되며, 자의 양육지정을 가정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처는 원칙적으로 친가에 복적하거나 일가를 창립한다.
(나) 혼인이 무효가 되면 약혼해제의 경우와 같이 당사자의 일방은 과실있는 상대방에게 재산상의 손해, 정신상의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3. 혼인의 취소
(1) 혼인취소의 원인
혼인은 다음과 같은 사유가 있는 경우에 취소할 수 있다.
(가) 혼인연령에 미달한 자의 혼인
혼인적령에 달하지 않은 혼인은 당사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이 그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당사자가 혼인적령에 도달하거나 혼인 중 포태한 때에는 취소하지 못한다. 취소의 상대방은 부부의 일방이 소를 제기하는 경우에는 다른 일방의 배우자, 그리고 그가 사망하였을 때에는 검사이다.
(나) 동의를 얻지 못한 혼인
동의권자의 동의를 얻지 않은 미성년자와 금치산자의 혼인은 당사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이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당사자가 성년에 달한 후 또는 금치산선고의 취소가 있은 뒤 3월이 경과하거나, 혼인 중 포태한 때에는 그 취소를 청구하지 못한다. 취소의 상대방은 (가)와 같다.
(다) 중혼
배우자 있는 자가 다시 혼인한 경우에는 당사자 및 그 배우자․직계존속․8촌 이내의 방계혈족 또는 검사가 그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 취소청구권의 행사는 언제나 할 수 있으며, 취소할 수 있는 것은 후혼이며, 전혼은 무효원인이 된다. 소의 상대방은 부부의 일방이 제기하는 경우에는 다른 일방의 배우자이고, 그가 사망한 때에는 검사이다. 친족이 제기하는 경우에는 부부쌍방, 부부의 일방이 사망한 때에는 생존한 배우자, 쌍방이 모두 사망하였을 경우에는 검사이다.
(라) 재혼금지기간을 위반한 혼인
재혼금지기간에 관한 제811조에 위반된 혼인은 취소할 수 있다. 당사자 및 전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이 취소를 청구할 수 있으나, 전혼관계 종료일로부터 6월이 지나거나 재혼 후 포태한 때에는 취소청구권은 소멸된다. 소의 상대방은 (다)의 경우와 같다.
(마) 악질 등 중대한 사유가 있는 혼인
혼인 당시 당사자 일방에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그 밖의 중대한 사유가 있음을 알지 못하고 혼인한 때에는 취소할 수 있다. 취소권자는 상대방에 한한다고 해석된다. 그러한 사유의 존재를 안 날로부터 6월이 경과하면 취소권은 소멸된다. 소의 상대방은 (가)의 경우과 같다.
(바) 사기․강박으로 인한 혼인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하여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때에는 그 혼인을 취소할 수 있다. 피사기자 또는 피강박자가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고 해석된다. 사기를 안 날 또는 강박을 면한 날로부터 3월을 경과한 때에는 취소권은 소멸된다.
여기서 사기 또는 강박이란 혼인의사를 결정시킬 목적으로 혼인당사자의 일방 또는 쌍방에게, 사기의 경우에는 허위의 사실을 고지하여 이들을 착오에 빠뜨려서, 강박의 경우에는 해악을 예고하여 공포에 몰아 넣음으로써 혼인의사를 결정시키는 것을 말한다. 사기에 의한 착오가 사람의 동일성에 관한 것일 때에는 혼인무효의 문제가 되지만, 사람의 성질․연령․건강․재산 또는 신분 등에 솬한 것일 때에는 취소문제만이 생긴다. 그러나 어떠한 혼인이라도 다소의 사기나 착오는 대개 있는 것이므로, 사기의 정도가 사회통념에 비추어 상당히 무거운 것, 다시 말하면 그 사실을 알고 있었더라면 혼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일반적으로 생각되는 것에 관한 사기에 국한시켜야 할 것이다. 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고지한 경우는 물론, 중요한 사실을 묵비한 것도 포함할 수 있을 것이다.
(2) 혼인취소의 방법
혼인의 취소는 취소권자가 반드시 가정법원에 소를 제기하여 법원의 판결로써 효력이 생긴다. 그 판결이 있을 때까지는 모든 사람은 혼인을 유효한 것으로 다루어야 한다. 그러나 가정법원의 재판에 앞서 반드시 조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3) 혼인 취소의 효과
(가) 혼인취소의 효력은 일반법률행위와는 달리 소급하지 않는다. 즉 혼인취소의 효과에는 소급효가 없으며, 다만 취소의 판결이 확정된 때로부터 장래에 향하여 혼인이 해소될 뿐이다. 그 결과 혼인이 성립한 때부터 취소될 때까지 사이에 포태한 자는 혼인의 취소에 의하여 혼인중의 줄생자의 신분을 잃지 않는다.
(나) 혼인이 취소되면 이혼의 경우와 같이, 인척관계는 종료하며 처는 원칙적으로 그 친가에 복적하거나 일가를 창립한다.
(다) 손해배상청구권에 관하여는 혼인무효의 경우와 같이, 약혼해제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제806조가 준용된다.
당사자의 일방 또는 제3자가 사기나 강박 등의 위법행위로 인하여 혼인을 하게 된 경우 그로 인하여 그 혼인이 해소된 때에는 그 혼인해소의 방식에 구애되지 아니하고(혼인취소의 방법에 의하거나 재판상 이혼 또는 협의에 의한 이혼이거나 불문한다)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라) 이혼시에 인정되는 재산분할청구권에 대하여는 혼인취소의 경우에도 인정된다.
(마) 가정법원이 혼인취소청구를 인용할 때에는 부모에게 미성년자인 자의 친권을 행사할 자에 관하여 협의하도록 권고하여야 한다.
(바) 혼인취소 혹은 자의 양육에 관하여는 가정법원이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그 자의 양육에 관한 사항을 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