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전진은 파리 제1대학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철학과 미술사학부에서 미학을 전공하고 있다. 이 책은 '1장 배움의 시간 : 나에게 가장 좋은 삶, 2장 배움의 재구성 : 모두가 덜 불행한 세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과 2장에는 각각 15개의 에세이가 있는데, 에세이 마지막에 인용하고 있는 철학자의 말(글) 중에서 인상깊은 말(글)을 옮겨 적는다.
1. 세계 시민적 의미에서의 철학의 장은 다음 물음들로 펼쳐진다.
1) 나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2) 나는 무엇을 행해야만 하는가?
3) 나는 무엇을 희망해도 좋은가?
4) 인간은 무엇인가?
(···) 이 모든 것들은 인간학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처음 세 가지 물음은 마지막 물음에 관계하기 때문이다. -임마누엘 칸트, <논리학, 강의를 위한 교본>
2. 문제 제기는 단순한 포장 제거가 아니다. 그것은 발명이다. 발견, 즉 포장 제거는 실제로 혹은 잠재적으로 이미 존재하는 것과 관계 있다. (···) 발명은 존재에 대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을 부여한다. - 앙리 베르그손, <사유와 운동>
3. 지혜가 있다면 지혜를 추구하지 않지요. 그런데 무지한 자들도 지혜를 사랑하지 않으며 지혜로운 자가 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무지란 본래 전혀 아름답지도 훌륭하지도 않으며 총명하지도 않은 자가 스스로 충분하다고 만족하게 만드는 사악한 것입니다. 자기가 부족하다고 느끼지 않는 걸 누가 요구할 수 있겠어요? -플라톤, <향연>
4. 완전한 행복이란 무엇에 의해 결정되는지 간단하게 보여 주겠다. 너에게 너 자신보다 소중한 것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없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므로 만일 네가 너 자신을 소요하고 있다면 너는 네가 결코 잃고 싶지 않은 어떤 것, 운명의 여신이 결코 빼앗아갈 수 없는 어떤 것을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A. 보에티우스, <철학의 위안>
5. 진정한 철학자가 되려는 사람은 누구나 반드시 '생애에 한 번은' 자기 자신으로 되돌아가고[반성하고], 자기 자신 속에서 이제까지 그가 타당하다고 간주해왔던 모든 학문을 전복시키고, 그것을 새롭게 건축하려고 시도해야 한다. -에드문트 후설/오이겐 핑크, <데카르트적 성찰>
6. 타인을 자기 자신처럼 사랑하는 것 속에는 대조적으로 자기 자신을 타인처럼 사랑하는 것이 내포되어 있다. -시몬 베유, <중력과 은총/철학강의/신을 기다리며>
7. 정신이 지혜롭고 기품이 있으면, 그것이 얼굴 표정에 나타나듯이, 우리의 육신 전체에도 정신의 품성이 그대로 반영되게 해야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어떤 인위적인 가식 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8. 사치는 부의 결과이거나 부를 필요하게 만들어서, 부자와 빈자를 동시에 타락시킨다. 전자는 소유로, 후자는 선망으로 그렇게 되는 것이다. - 장 자크 루소, <사회계약론>
9. 현존재가 비본디성 속에 빠져 들어 자기를 잃어버린다는 것은, '어떤 존재양식'을 무심히 내버려 뒀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자기 자신을 되찾으려면 지금까지 소홀히 했던 ' 그 존재 양식'이 꼭 필요하다. 즉, 세인으로부터 자신을 되찾는 일은 (···) 그 동안 게을리 했던 선택들을 만회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처럼 선택을 만회한다는 것은, 이 선택을 스스로 택한다는 뜻이다. -마르틴 하이데거, <존재와 시간>
10. 연약함 속에서가 아니라 그 굳셈에서, 자기를 도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를 발견하기 위해서, 자기를 포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를 확립하기 위해서 여자가 사랑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는 날이 오면 그 때야말로 사랑은 남자에게 있어서처럼 여자에게 있어서도 생명의 원천이 되어 치명적인 위험은 되지 않을 것이다. -시몬 드 보부아르, <제2의 성>
11. 독서는 다만 지식의 재료를 공급할 뿐, 자기 것으로 되게 하는 것은 사색의 힘이다. -존 로크, <지성의 안내>
12. (정의 12) 희망이란 우리들이 그 결과에 대하여 어느 정도 의심하는 미래 또는 과거의 사물의 관념에서 생기는 비연속적인 기쁨이다.
(정의 13) 공포란 우리들이 그 결과에 대하여 어느 정도 의심하는 미래 또는 과거의 사물의 관념에서 생기는 비연속적인 슬픔이다.
이 정의에서 공포 없는 희망은 없으며 희망 없는 공포도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R. 스피노자, <에티카>
13. 예술 작품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잠시 작품을 잊고 눈을 돌려 우리가 보통 미적인 것으로 간주하지 않는 경험의 평상적인 힘과 조건들을 살펴보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는 어떤 회로를 통해 예술론에 도달해야 한다. 이론이란 이해, 통찰력과 관련된 것이지 경탄, 그리고 보통 감상이라 불리는 감정 자극과 관련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존 듀이, <경험으로서의 예술>
14. 그 때문에 나는 내 스승들의 구속에서 해방될 수 있는 나이가 되자마자 글 공부를 완전히 떠났다. 그리고 나 자신에서 혹은 세상이라는 커다란 책에서 발견될지도 모를 학문 외에는 다른 것은 더 이상 찾지 말자고 결단하고는 (···) 그리고 내게 나타난 것들에 대해, 이것들에게서 어떤 이익을 끌어낼 수 있는지를 어디에서나 반성하면서 내 남은 청춘을 보냈다. -르네 데카르트, <방법서설: 정신지도규칙>
15. 당신은 온갖 방법으로 그것을 하나 (또는 여러 개)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미리 존재하거나 완전히 만들어진 채로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비록 그것이 어떤 점에서는 미리 존재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당신은 온갖 방법으로 그것을 만들어내며, 그것을 만들어내지 않고서는 그것을 욕망할 수도 없다. 그것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그것은 하나의 수련이며, 하나의 불가피한 실험이다. -질 들뢰즈/펠릭스 가타리, <천 개의 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