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 리뷰

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2)

kdy820 2021. 10. 18. 08:25

저자 박균호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공부했다. 현재 중고등학교 교사로 일하면서 북 칼럼을 쓰고 있다. <오래된 새 책>, <독서 만담>, <수집의 즐거움>, <고전적이지 않은 고전 읽기>, <이토록 재미난 집콕 독서> 등을 썼다. <고전적이지 않은 고전 읽기>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주관한 2019년 세종도서와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주관한 2019년 올해의 청소년 도서에 선정되었다. <이토록 재미난 집콕 독서>는 학교도서관사서협의회 추천도서가 되었다.

 

저자는 독자들이 알지 못하거나 무시하는 책과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책은 살아 있는 생명체다. 책은 지은이와 출판사가 만나서 태어나고 자라고 늙는다. 사연이 없는 사람이 없듯이 사연이 없는 책도 드물다. 저자는 책의 줄거리나 작품성보다는 책이 겪은 우여곡절이나 책이 살아오면서 겪은 기쁜 일과 슬픈 일을 이 책에 담았다.

 

이 책을 읽고 새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2015년 12월 19일 서울의 화봉문고에서 열린 제35회 화봉현장경매에서 김소월의 중앙서림 총판 판본 <진달래꽃>이 1억 3500만 원에 낙찰되었다(41쪽). 내가 소장하고 있는 15,000여 권의 책값이 1억 3000만 원 정도이니 <진달래꽃> 한 권의 값어치와 비슷하다.

 

내가 가진 책 중에서 그림으로 그린 장서표(EX-LIBRIS)가 남아 있는 유일한 책은 ‘1971. 10. 6. 김대영 3.’인 <데미안>이다. 지금부터 50년 전인 1971년 2월 5일에 지원사에서 발행한 책이다. 송인출판사에서 1972년 9월 15일에 발행한 <의사 지바고>의 뒷 면지에는 ‘1973. 7. 5. 김대영’이라고 써 있다. 몇 권째 책인지 적혀 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장서표 그리는 작업을 중단한 후에 구입한 책인 것 같다.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책을 모으기 시작해서 2016년에는 소장한 책이 일만 권이 넘게 되었다. (사)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공모하는 ‘2016년도 모범장서가 선정사업’에 ‘후보자 추천서[본인추천]’, ‘독서활동 이력서’, ‘소장 도서 목록’을 보냈다. 심사위원 2명의 현장 실사를 받고, 2016년 10월 11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된 ‘제30회 책의 날’ 시상식에서 ‘2016 모범장서가상 대상’을 받았다. 부상으로 받은 도서상품권 100만 원은 새 책을 구입하는데 썼다.

 

장서가에게 가장 힘든 일은 이사할 때이다. 책은 무게가 많이 나가는 물건이어서 40~50권 가까이 담은 종이상자를 들고 계단을 오르면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1990년에 아파트에서 상가건물 4층으로 이사할 때는 염치 불구하고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나를 도와준 친구 중에는 다음 날 출근해서야 윗옷에 남은 땀자국을 발견한 친구도 있어서 무척 미안했다.

 

2021년 9월부터 고향 신한리의 새마을회관 2층에 ‘장서산책작은도서관’을 만들기로 하고, 3,000여 권의 책을 옮겼다. 2층까지 가는 계단은 모두 23개였다. 핸드 카트에 4~5묶음의 책을 싣고 뒷걸음으로 한 계단씩 올라가는 일은 노인에게는 힘든 작업이었다. 열흘 가량 책을 옮겼는데, 처음에는 종아리와 허리가 아프고, 다음에는 가슴이, 마지막에는 늑막 근처가 아파서 숨쉬기가 힘들었다. ‘장서산책작은도서관’은 2021년 11월 1일에 개관할 예정이다.

 

<성문종합영어>의 저자 송성문 선생은 2003년, 당시 시가 1억원이 넘는 국보 246호 <대보적경>을 비롯해서 보물 1801호 <묘법연화경> 등 보물 22점이 포함된 101점의 희귀 고문서를 국립중앙박물관 유물 관리부에 기증했다(323쪽). 평생 모은 재산을 국가에 기증한 송성문 선생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본받고 싶다.

 

한 권의 책은 단지 지식이나 정보의 전달 또는 읽는 재미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책은 독자로 하여금 어떤 인연을 맺어줄지 모른다. 한 권의 책은 사람마다 읽히는 방식도 다르고 느끼는 감상도 다르다. 책은 고구마 줄기처럼 여러 갈래의 인연과 즐거움을 우리들에게 선사한다(3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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