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는 할머니 김두엽은 일제 강점기였던 1928년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김두엽 할머니의 언니가 시집가기 전, 언니와 함께 책 공장에 다니다가 나중에는 단추 공장에 다녔다. 한국인이었던 단추공장의 사장님 아들이 출퇴근 때면 할머니를 자전거 뒷자리에 태워 공장과 집을 오갔다. 할머니는 당연히 그 사람과 결혼을 하리라 생각하며 살았다. 그런데 해방 이듬해인 1946년에 가족과 함께 귀국하면서 그 사람과 헤어지게 되고, 나이 스무 살때 이름도 모르는 사람과 결혼했다. 우리말을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르는 상태에서 결혼해 시집살이를 하면서 8남매를 낳아서 길렀다. 애정은 커녕 자신에게 관심조차 주지 않는 남편과의 결혼 생활, 끝없이 이어지는 가난과 싸우며 평생 안 해본 일 없이 고생만 하다가 80세가 넘어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