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 리뷰

하벤 길마

kdy820 2020. 9. 19. 09:31

하벤 길마는 장애인 인권 변호사이자 작가이며 대중 연설가다. 미국 베이 에어리어에서 태어나 성장한 하벤은 중복장애인(시청각장애인)으로서는 최초로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했다. 그 후 변호사가 된 하벤은 장애인에게 평등한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옹호 활동에 활발히 참여했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하벤의 그런 활동에 경의를 표하며, 그녀를 백악관이 제정한 ‘변화의 챔피온’에 선정했다. 하벤은 ‘헬렌 켈러 성취상’을 수상하였으며, ‘포브스 30세 이하 리더 30인’에 이름을 올렸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독일 연방 총리인 앙겔라 메르켈 등 유명 정치 지도자도 그녀에게 경의를 표하며 찬사를 보낸 바 있다. 아울러 ‘파이낸셜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영국 BBC 방송,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국인 NPR 등 여러 언론과 방송에서 그녀의 활동을 특집으로 다루었다. 현재 하벤은 베이 에어리어에 거주하면서 자신의 최근 이야기, 사진, 비디오 등을 웹사이트, 메일링 리스트, 소셜 미디어를 통해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있다.

 

옮긴이 윤희기는 고려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학교 국제어학원 연구 교수를 역임한 뒤 현재는 고려대학교 영문과 강사 및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특임 강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 책은 하버드 로스쿨을 정복한 최초의 중복장애인 하벤 길마의 믿기 힘든 인생 이야기로 전체 2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름이 되면 하벤 길마는 에리트레아의 수도 아스마라에 있는 할머니 댁에서 가족과 함께 지내며 성장했다. 그곳에서 하벤 길마는 두 눈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황소와 맞서며 용기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 또한 에리트레아가 30여 년에 걸쳐 에티오피아에 대항하여 독립 전쟁을 치르는 동안 부모님이 고난과 좌절의 시절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그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하나하나 귀담아들으며 자신이 부모님에게서 역경을 헤쳐 나가는 힘과 자긍심을 물려받았다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난민으로 떠돌던 부모님의 이야기에 자극을 받은 하벤 길마는 자신이 고립된 존재가 아니라 모든 이들의 세상에 속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지식 탐구의 여정을 시작한다. 그 여정 속에 하벤 길마는 아프리카 말리에서 학교를 짓는 봉사활동에 참가하고, 알래스카 주노에서 빙산을 올라가는 등 여러 매혹적인 장소를 탐험하게 된다. 낯선 곳에서 그녀가 겪은 많은 일들은 머리털이 곤두설 만큼 겁나고 무섭기도 했지만 짜릿한 흥분을 안겨줄 만큼 신나고 유쾌하기도 했다. 그 경험은 그녀의 삶에서 결코 지워버릴 수 없는 소중한 모험이 되었으며 장애는 결코 한계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하벤 길마는 장애를 혁신으로 나아갈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살사 춤을 추는 것에서 전기톱을 사용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직접 자기 손으로 할 수 있도록 나름의 비시각적 기법을 익히고 또 익혔다. 또한 고립에서 벗어나 많은 사람들과 만나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기 위해, 자기만의 새로운 방식으로 문자를 점자로 변환하는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하였다.

 

온갖 난관을 헤치며 자신의 길을 개척해 온 하벤 길마는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이후 자신의 재능을 활용하여 장애를 지닌 사람들을 위한 옹호 활동에 헌신하고 있으며, 자신이 그동안 공부한 법학, 사회학, 테크놀로지 지식을 통합하여 많은 조직이나 기관이 장애인이 충분히 접근할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어떤 혜택이나 이득을 누릴 수 있는지를 가르치고 있다. 하벤이 그동안 보여준 뛰어난 통찰은 많은 사람과 여러 공동체에 긍정적이며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변화를 불러일으켰을 뿐 아니라 변화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과 사고를 확장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장애인 차별과 편견은, 사회적 배제를 세계 곳곳에서 흔히 일어나는 통상적인 것으로 만들면서, 장애를 지닌 사람을 끊임없이 괴롭히고 있다. 미국의 시각장애 학생 가운데 지속적으로 점자에 접근할 수 있는 학생은 소수에 불과하다. 불과 10% 정도만이 점자 교육을 받았을 정도이다. 아직도 많은 학교가 장애 학생을 수용하기보다는 그 학생 부모와 싸우는 쪽을 택하고 있으며, 아직도 많은 고용주가 일터에서 장벽을 제거하지 않고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 비추어 보면 시청각장애인인 하벤이 살아오면서 경험한 통합의 수준은 실로 놀라운 것이다.(445쪽)

 

우리나라의 실정도 미국과 다르지 않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3년마다 장애인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시청각장애인에 관한 실태조사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기본적인 인구 현황조차 파악되어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2019년은 시청각장애인의 인권 신장과 복지 증진을 위한 큰 획을 그은 해이다. 이명수 의원의 발의로 ‘시청각장애인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률이 제정되었다고 해서 우리나라에서 하벤 길마가 탄생할지는 의문이다.(11쪽)

해외에서 중증장애인이 장관이 되고, 대통령 보좌관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다들 ‘왜 우리나라에서는 안 나오지?’라는 질문을 한다. 그것은 조건의 차이다. 하버드 로스쿨에서는 하벤이 수업을 들을 때 시청각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음성 전자(轉字) 기술을 지닌 미국 수화 통역사인 셀리아 미추와 에린 폴리를 고용했다.(329쪽) 한 사람의 장애인을 위해 비장애인 두 사람을 고용하는 대학이 우리나라에 있는가?

우리나라에서도 하벤 길마가 탄생하려면 현안 해결 위주의 정책 수립이 아닌 장기적 계획 수립이 필요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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