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인 와다 히데키(和田秀樹)는 1960년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도쿄대학교 의학부를 졸업하고 도쿄대 부속병원 신경정신과 조교수, 미국 칼 메닝거 정신의학학교 국제 연구원 등을 거쳤다. 현재 국제의료복지대학 대학원 교수(임상심리학 전공), 가와사키코 병원 정신과 고문, 히토쓰바시 대학 경제학부 비상근 교수를 겸임하면서 와다 히데키 마음과 몸 클리닉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노인 정신의학의 제1인자이자 대학 수험 세계의 권위자, 영화감독으로도 알려져 있다.
역자인 조기호는 경희대 한방병원 중풍뇌질환센터 교수로 파킨슨병과 치매를 세부 전공으로 다루고 있다. 일본 의과대학 한방과·신경내과 연수를 다녀온 뒤, 고유의 진료와 연구, 교육에 더해 일본 의사들의 의학서를 한국어로 번역,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1장 기초 지식편| 치매에 걸릴까 봐 두렵다고요? 2장 증상 편| 치매에 걸리면 어떻게 되나요? 3장 대책 편| 치매를 늦추는 22가지 방법 4장 실천 편| 치매 제대로 알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1장, 2장, 4장은 질문(Q)과 대답(A), 설명의 형식으로 되어 있다.
1. 치매, 제대로 이해하기
치매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는 '치매에 걸리면 인생이 불행해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불안이나 공포는 머릿속에서 멋대로 상상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저자는 지금까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치매 환자를 많이 봐 왔는데, 치매에 걸리고 나서도 행복한 인생을 보내고 있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다고 한다. 치매에 걸리더라도 얼마든지 행복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다. 이렇게 생각을 바꾸면 그동안 가졌던 막연한 불안이나 공포심이 한결 누그러드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이 갖고 있는 치매에 대한 이미지와 실제 치매와는 확실히 다르다. 치매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오해 중 하나가 치매에 걸리면 지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치매에 걸렸다고 모든 능력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가능한 능력은 대부분 남는다. 계산은 잘 안 되더라도 잘하던 영어는 전과 다름없이 유창하게 말할 수 있다거나, 방금 식사한 걸 잊어버리지만 계산은 보통 수준으로 할 수 있기도 하다. 이처럼 치매에 걸리더라도 능력이 떨어지는 건 사람마다 다르며, 남아있는 능력, 즉 '잔존 기능'도 사람마다 다르다.
치매는 천천히 진행되는 질병이다.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일반적으로 기억력이 떨어지고, 이후 조금씩 인지기능이 저하된다. 알츠하이머형 치매가 꽤 진행된 사람이라도 잔존 기능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가벼운 치매라면 이를 잘 활용함으로써 지금까지의 생활과 크게 다르지 않게 보낼 수 있다.
실제로 가벼운 치매는 생활하는 데 특별히 곤란함을 느끼지 않는다. 전업 화가로서 그림을 계속 그린다든지, 어부가 고기 잡는 일을 계속한다든지 하는 예는 얼마든지 있다. '치매에 걸리면 어떤 일도 할 수 없다'는 건 큰 오해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정리하면 치매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든다고 이해하면 된다.
오늘날 알츠하이머형(전체 치매의 60% 이상), 뇌혈관성(20%), 레비소체형(10%), 전두측두형(1~1.5%)의 4대 치매 치료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아직 이들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약이 개발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치매는 불치병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다만 질병의 진행은 아주 느리다. 치매로 진단받고 나서 2, 3년 만에 가족들의 얼굴을 몰라볼 정도로 진행이 빠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10년, 20년이나 되는 긴 기간 동안 천천히 진행되어 천수를 다 누린다. 치매는 발병하고 나서 평균 여명이 10년 정도로 알려져 있으며, 죽음에 이르는 원인은 대부분 폐렴 등의 감염증이다.
노인들은 고독감이나 소외감을 느끼기 쉽고, 무엇보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은 인정 욕구를 강하게 가지고 있다. 이러한 건 치매에 걸리더라도 변함이 없다. 기억력은 잃더라도 감정이나 자존심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주위 사람이 자신을 부정하는 말을 한다든지, 어린애 다루듯 하는 등 자존감이 상처를 입는다든지 하면 불안이나 불만이 팽배해지고 분노가 솟구치는 등 문제행동이 심하게 나타날 우려가 있다.
치매 환자의 문제행동은 자신이 기분 좋을 때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치매 환자의 문제행동을 줄이기 위해서는 면밀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기분 좋게 지낼 방법을 찾는 게 최선책이라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의사소통이다. 소통이 잘 어우러지면 치매 환자의 고독감이나 소외감이 한결 덜해져 문제행동이 줄어든다. 뿐만 아니라 증상의 진행을 늦추는 것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뇌 훈련을 한다고 해서 기억장애 정도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역 커뮤니티에 참가한다거나, 데이케어센터에 다니거나 하면서 다른 사람과 만남을 갖고 교류하는 사람은 혼자 집에만 틀어박혀 사는 치매 환자와 비교해 확실히 증상의 진행이 느리다. 다른 사람과의 교류가 치매 진행을 늦춘다.
치매 발병은 두뇌 사용과 관계가 있다. 두뇌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이 치매에 잘 안걸린다. 저자는 치매 환자만 봐 왔기 때문에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치매 환자의 경우 두뇌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이 병의 진행이 느리고, 두뇌를 그다지 사용하지 않은 사람은 병의 진행이 빠른 편이라고 한다. 발병에 있어서도 두뇌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의 발병 연령이 늦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그러나 '머리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치매에 걸린 것이다'라고 단정 지어 말할 수는 없다. 미국의 레이건 전 대통령이나 영국의 대처 전 수상처럼 보통 사람보다 두뇌를 더 많이 사용하는 사람도 치매에 걸린다. 이들이 그 정도로 머리를 사용하지 않았더라면 훨씬 빨리 치매가 발병했을지도 모른다.
사람과의 교류 활동도 머리를 쓰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사람을 만나 대화를 한다는 것은 언뜻 보기에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이 시간만큼은 두뇌가 풀가동된다. 이때 뇌는 자극을 받아 활성화된다. 그런 의미에서 사교적이고, 밖에 나가는 것을 좋아하고, 친구나 지인이 많아 항상 즐겁게 서로 대화하는 생활을 계속하는 사람은 치매에 잘 걸리지 않는 편이다. 이와 반대로 고립되어 사람과 관계 맺지 않는 생활을 지속하면 치매에 걸리기 쉽다고 할 수 있다.(14~57쪽)
2. 치매를 늦추는 22가지 방법
1) 식사는 '생선보다 육류'에 비중을 둔다. 뇌의 건강을 고려한다면 육류를 멀리하는 식생활은 결코 좋다고 할 수 없다. 육류를 피하게 되면 뇌의 노화가 진행되어 치매 발병의 위험을 높인다. 나이 들수록 육식에 비중을 두는 식습관을 가져야 한다.
2) 지나친 탄수화물 섭취는 주의한다.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면 혈당치가 올라가고,이를 분해하기 위해 그만큼 많은 인슐린이 췌장에서 분비되어야 하므로, 뇌에 원치 않는 아밀로이드 베타(치매 유발 물질)가 축적되기 쉽다.
3) '이거', '저거', '그거' 같은 지시대명사에 의존하지 않아야 한다. 지시대명사가 대화 중에 늘어나면 뇌의 노화에 가속도가 붙었다는 증거이다. 물건이나 사람 이름이 생각나지 않을 때는 바로 지시대명사를 사용하지 않고 생각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4) 달걀과 콩의 가치에 주목한다. 우리 체내에는 기억 유지에 크게 관여하는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존재한다. 아세틸콜린의 재료가 되는 것은 콜린이라는 수용성 영양소인데, 단백질 함유량이 많은 식품에 들어 있다. 특히 달걀노른자와 콩에 풍부하다.
5) 나이 들수록 카레를 먹어야 한다. 커큐민은 카레에 들어간 향신료의 일종으로 강황에 포함된 성분이다. 이 성분은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원인으로 꼽히는 아밀로이드 베타가 쌓이지 않게 하는 작용이 있다.
6) 수면 부족은 치매의 적, 하루 7시간은 자야 한다. 아밀로이드 베타는 나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축적되기 시작하는데, 여기에 수면 부족이 더해지면 가속력이 붙어 치매 위험률은 훨씬 높아진다.
7) 일기를 쓰면서 '뇌의 출력계'를 훈련한다. 뇌에서 입력계에 관여하는 것은 측두엽이고 출력계에 해당하는 것은 전두엽이다. 입력계는 기억을 담당하고, 출력계는 저장된 기억이나 정보를 뽑아내는 기능을 담당한다. 따라서 출력계를 의식적으로 단련함으로써 전두엽 전체 기능의 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
8) 뇌 기능을 위해 손글씨 쓰는 습관을 들인다. 손글씨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비해 사용하는 뇌의 범위가 훨씬 넓다. 손글씨로 메모하기, 신문이나 잡지기사를 손으로 베껴 쓰기, 성경이나 불교 경전 필사하기, 손글씨로 일기 쓰기 등으로 손글씨 쓰는 습관을 들인다.
9) 적극적으로 햇볕을 쬐도록 한다. 뇌의 노화를 예방함으로써 치매 위험을 낮추고 싶다면 세로토닌 분비를 늘려야 한다.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육류를 적극적으로 먹는 것과 함께 햇볕을 쬐는 것도 중요하다.
10) 치아 관리로 뇌를 건강하게 한다. 음식물을 치아로 잘 씹으면 한 번 씹을 때마다 뇌에 다량의 혈액이 흘러 들어간다. 혈액이 몰리면 뇌는 자극을 받는다. 정기적인 치아 관리를 받는 것이 치매의 예방·개선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11) '혀 돌리기' 운동으로 입안의 자정작용을 높인다. 12) 청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보청기를 사용한다. 13) 힘든 운동보다는 즐겁게 움직이는 것이 효과적이다. 14) 콜레스테롤이나 비만에 너무 신경쓰지 않는다. 15) 혈압강하제에 절대적으로 의존하지 않도록 한다. 16) 독서는 다양하게, 영화는 개봉작을 본다. 17) 웃으면 기분도 좋아지고 치매도 예방된다. 18) 외모를 젊게 가꾸면 뇌도 젊어진다. 19) 젊은이와 교류하며 마음을 젊게 유지한다. 20) 뜻밖의 일에 과감히 부딪혀 본다. 21) 사람과의 교류는 뇌 훈련에 가장 좋다. 22) 일벌레 습관을 고친다.(112~17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