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이강휘는 고등학교 국어 교사다. 이 책은 저자가 방과후 수업으로 재즈 수업을 기획하고, 수업을 진행하는 동안 느꼈던 재즈, 글쓰기, 교육 등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 음악 에세이다.
이 책은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의 처음은 방과후 재즈수업 이야기로 시작하고, 이어서 4명의 재즈 뮤지션 및 그들의 대표작과 대표 앨범을 소개한다. 대표작은 QR 코드를 통해 들을 수 있다.
1장: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 리 모건(Lee Morgan), 폴 체임버스(Paul Chambers), 에디 히긴스(Eddie Higgins), 2장: 루이 암스트롱(Louis Armstrong), 빌 에번스(Bill Evans), 아트 페퍼(Art Pepper), 오스카 피터슨(Oscar Petertson), 3장: 소니 롤린스(Sonny Rollins), 데이브 브루벡(Dave Brubeck), 소니 클라크(Sonny Clark), 레스터 영(Lester Young), 4장: 키스 재럿(Keith Jarrett), 호러스 실버(Horace Silver), 캐넌볼 애덜리(Cannonball Adderley), 클리퍼드 브라운(Clifford Brown), 5장: 스탠 게츠(Stan Getz), 베니 굿맨(Benny Goodman), 레드 갈란드(Red Garland), 쳇 베이커(Chet Baker).
재즈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재즈의 역사, 재즈 뮤지션, 재즈 연주 등에 대해 많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1. 재즈의 탄생
초창기 재즈는 미국으로 강제 이주된 아프리카인들이 불렀던 노동요와 그들이 참석했던 교회에서 부르던 가스펠이 다양한 음악적 경향과 만나 만들어졌다. 재즈가 뉴올리언스에서 태동하게 된 이유는 국제 교역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던 곳이기도 했고, 뉴올리언스가 속한 루이지애나 주가 과거 프랑스령이었기에 다양한 문화와 만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16쪽)
2. 재즈의 구성
일반적으로 재즈는 ‘헤드인-즉흥연주-헤드아웃’의 구성을 지닌다. 곡의 주요 멜로디 부분을 헤드(테마, 주제)라고 하는데 재즈에서는 곡의 시작과 끝에 헤드가 온다. 이때 곡의 시작에 오는 헤드를 헤드인(Head-in), 곡의 끝에 연주되는 것을 헤드아웃(Head-out)이라고 한다.
3. 재즈의 장르
(1) 스윙(Swing): 1920년대에 유행하던 재즈 장르.
(2) 비밥(Bebop): 춤을 추기 위한 음악인 스윙 재즈에 지친 흑인 뮤지션들이 만든 즉흥 연주 중심의 재즈. 1940년 중후반에 태동하여 찰리 파커, 디지 길레스피(Dizzy Gillespie)와 같은 뮤지션을 중심으로 전성기를 누렸다.
(3) 쿨 재즈(Cool Jazz): 1950년대 초 비밥의 거칠고 현란한 멜로디에서 벗어나 서정성과 절제된 표현을 특징으로 하는 재즈. 마일스 데이비스의 ‘Birth of Cool’로부터 시작되었다. 미국 서부에서 유행했다고 해서 웨스트 코스트 재즈(West Coast Jazz)라고도 부른다.
(4) 하드밥(Hard Bop): 1950년대 중반부터 백인을 중심으로 유행하던 쿨 재즈에 대항하여 흑인들의 정서를 담으면서도 비밥보다는 대중적인 재즈. 미국 동부 흑인들 사이에서 유행하였으므로 이스트 코스트 재즈(East Coast Jazz)라고도 부른다.
(5) 모들 재즈(Modal Jazz): 코드의 변화 위주로 곡을 전개하는 것에서 벗어나 모드 중심의 전개 방식을 활용한 재즈를 말한다.
(6) 프리 재즈(Free Jazz): 아방가르드 재즈라고도 한다. 재즈의 전형적인 구성(테마-즉흥연주-테마)이나 화성, 연주 방식 등을 타파하고 진정한 자유를 추구하려는 재즈의 하위 장르이다.
4. 재즈 연주 기법
(1) 뮤트(mute): 약음기. 악기에 장착하여 음량을 조절하는 장치로 종류에 따라 독특한 음색을 내기 때문에 음색을 조절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뮤트 연주는 마일스 데이비스 음악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다.
(2) 뱀프(Vamp): 단순하게 반복되는 연주.
(3) 브러시 연주: 드럼 연주에서 스틱으로 때리는 것이 아니라 빗자루 모양의 브러시 스틱으로 쓸면서 연주하는 방법이다.
(4) 스캣(Scat): 가사 대신 의미가 없는 말로 즉흥적으로 프레이즈를 만들어 부르는 창법. 스캣의 시초에 대한 여러 주장이 있으나 루이 암스트롱이 최초로 사용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5) 워킹 베이스(Walking Base): 한 마디 안에 4박의 베이스 라인을 걸어가듯 손가락으로 튕겨서 연주하는 주법을 말한다.
(6) 인터플레이(Interplay): 연주자들끼리 호흡을 맞추어 연주하는 것을 말한다.
5. 재즈 연주 형태
(1) 트리오(Trio): 3중주. 재즈에서는 대개 피아노, 드럼, 베이스로 구성된다.
(2) 콰르텟(Quartet): 4중주. 재즈에서는 피아노, 드럼, 베이스의 리듬 섹션과 한 대의 관악기(색소폰이나 트럼펫 등)로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3) 퀸텟(Quintet): 5중주. 재즈에서는 피아노, 베이스, 드럼의 리듬 섹션과 트럼펫이나 색소폰과 같은 관악기로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4) 섹스텟(Sextet): 6중주. 재즈 섹스텟 구성은 피아노, 드럼, 베이스의 리듬 섹션과 알토 색소폰, 테너 색소폰, 트럼펫이 가장 일반적이다.
(5) 콤보(Combo): 열 명 이내의 소규모로 편성된 재즈 밴드를 말한다.
6.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
이 책에 제일 먼저 등장하는 재즈 뮤지션은 마일스 데이비스이다. 비밥, 쿨 재즈, 하드밥, 퓨전 재즈 등 지금까지 많은 모습으로 변용되어 온 재즈라는 장르를 마일스 데이비스 한 사람의 경력으로 설명 가능하다는 것은 재즈의 역사가 얼마나 짧은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그는 ‘재즈의 왕’(King of Jazz)으로 불린다. 그는 오만하고 괴팍하며 입에 욕을 달고 사는 인물이었다고 한다. 소위 욕쟁이 거장이었다.(21~22쪽)
마일스 데이비스의 대표 앨범인 'Kind of Blue'는 모들 재즈라는 새로운 재즈 장르를 개척했다는 음악사적인 의의 외에 고독하고 정적인 그의 내면을 읽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듣는 재미가 있다. 특히 자신의 내면을 차근차근 풀어내듯 연주한 앨범의 첫 곡 ‘So What’에서는 발라드의 고유한 매력이 만들어 내는 고요한 분위기, 음과 음 사이의 여백이 주는 느긋한 여운을 만끽할 수 있다.(24쪽)
7. 소니 클라크(Sonny Clark)
재즈 앨범의 재킷을 구경하는 것은 재즈 감상의 주요한 재미 중 하나다. 앨범을 제작하는 의도는 판매 수입을 위한 것인 만큼 제품에 허접한 사진을 실었을 리는 만무하다. 따라서 사진 문외한에게 앨범 재킷을 구경하는 것은 가만히 앉아서 예술 감상이라는 호사를 누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112쪽)
일본 최대의 재즈 레이블인 비너스 레코드는 매력적인 여성을 피사체로 한 표지가 많은 편이고, ECM은 음반 표지만으로 전시회를 열 만큼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블루노트는 주로 뮤지션의 인물 사진을 재킷으로 활용하는 경향을 볼 수 있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블루노트에서 발매된 ‘Cool struttin’’에는 소니 클라크(Sonny Clark)의 사진이 없다. 대신 하이힐을 신고서 걸어가는 여성의 다리, 그리고 삐뚤빼뚤하게 놓인 ‘Sonny Clark’와 ‘Cool struttin’’이라는 글자가 있다.(113~114쪽)
‘Cool struttin’’은 재미있는 곡이다. 트럼펫과 색소폰의 합주로 천천히, 하지만 리드미컬하게 시작하는 도입부는 ‘쿨한 발걸음’이라는 곡명을 확실하게 구현한다. 이어 소니 클라크의 통통 튀는 듯한 탄력적인 피아노 연주가 시작된다. 소박하지만 재기 발랄한 리듬을 구사하고 있는 덕에 분위기는 한층 고조된다. 곡의 분위기를 흐트러뜨리지 않는 선에서 재치를 발휘하는 트럼펫과 색소폰 연주도 일품이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막강한 존재감을 발휘하며 등장하는 베이스의 운궁 연주는 무척 근사하다. 보통 재즈의 운궁은 압도적인 웅장함으로 분위기를 장악하는 것에 비해, 마치 춤을 추듯 움직이는 폴 체임버스(Paul Chambers)의 활 놀림은 곡 전반에 흐르는 경쾌함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곡을 마무리로 이끌어가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준다.(115쪽)
8. 키스 재럿(Keith Jarrett)
뛰어난 연주자라고 해서 모두 재즈 연주자로 불리는 것은 아니다. 임프로비제이션(Improvisation), 즉 즉흥 연주를 할 수 있어야 재즈 연주자라는 타이틀을 부여받는다. 즉흥 연주를 하지 못하는 연주자를 재즈 뮤지션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재즈와 판소리는 분야만 다를 뿐, 최고의 예술 장인들이 자신의 혼을 담아 즉흥적으로 무형의 무언가를 창작해낸다는 본질은 같다.(137~138쪽)
지금까지 수많은 뮤지션이 셀 수 없이 많은 즉흥 연주를 낳아 왔고 지금도 지구상에 존재하는 어느 재즈 클럽에서는 즉흥 연주가 태어나고 있겠지만, 즉흥 연주를 논하려면 키스 재럿을 빼놓을 수 없고 키스 재럿을 이야기하려면 ‘The Köln Concert’ 앨범을 꺼내지 않을 수 없다.(139쪽)
‘The Köln Concert’는 키스 재럿이 온몸으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공연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는 독주 실황 앨범이다. 워낙 곡이 길다 보니 한 곡 안에서도 다양한 레퍼토리가 펼쳐진다. 서정적이었다가 어느새 격정적으로 변하고 차츰 온순해질 법하다 다시 정열적으로 치달린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연주 사이로 들리는 요상한 소음인데 그건 키스 재럿이 ‘입으로’ 내는 소리다. 놀랍게도 이 모든 흐름은 키스 재럿이 즉흥적으로 만들어낸 음률이다. 재즈의 본질이 자유라고 한다면 키스 재럿은 현실로 구현된 재즈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140쪽)
9. 글쓰기
저자는 방과후 수업 시간에 고등학생들에게 재즈를 들려주고 그에 대한 감상문을 쓰게 하는 방법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나와 같은 재즈 문외한에게는 처음 듣는 재즈에 대한 감상평을 쓴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재즈를 들으면서 느낀 감정을 글로 표현하는 것은 무척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한동안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했을 때가 있었다고 한다. “소설가 김영하의 탄탄하고 정교한 문체에 반해 그를 따라 해보려고 노력한 적도 있고, 소설가 성석제만의 독특한 해학이 마음에 들어 어설픈 유머를 녹여 내보려다 괜히 분위기만 썰렁해진 적도 있다. 유시민 작가의 지적이면서도 부드러운 문체를 따라 하기도 했지만 한없이 얕은 지적 깊이만 들통났을 뿐이다. 글쓰기, 참 어려웠다. 아무런 진척도 발전도 없는 나날을 보내다 아이들 수업을 준비하면서 이오덕 선생의 책을 보았다. 글쓰기 교육에 대한 명언들로 꽉꽉 채워진 그 책(‘이오덕의 글쓰기’, ‘글쓰기 이 좋은 공부’)에 적힌 한마디가 내 뒤통수를 딱 때렸다. ‘글짓기 하지 마세요. 글쓰기 하세요.’ 그렇다. 나는 글을 ‘짓고’ 있었던 거였다. 애써 글을 지어내려다 보니 글 속에 솔직하게 나를 드러내기 어려웠던 것이다. 글을 쓸 때면 힐끔힐끔 다른 사람 눈치를 보다가 ‘와, 이게 좋은데?’ 하는 걸 따라 하고, ‘오, 이거 내 스타일인데?’ 하는 걸 모방했다. 그러다 보니 분명 내가 쓰는 글인데도 거기에 나는 없고 누군가의 그림자만 어설프게 남았던 것이다. 나는 김영하, 성석제, 유시민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동시에 굳이 그들처럼 될 필요도 없다는 것을 신념으로 삼기로 했다. 나의 글을, 글솜씨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편하다. 글을 잘 쓰게 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편하게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빼어나게 유려한 글을 쓸 수는 없지만 적어도 누구의 흉내를 내다가 나무에서 떨어지거나 삼천포로 빠지는 일은 없다. 더 이상 글을 지어내지 않기 때문이다.”(123~125쪽)
10. 지적 호기심
저자의 학교 교육에 대한 생각은 다음의 글에 잘 나타나 있다. “일반적으로 지적 호기심이라고 하면 시험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대학에서는 무언가를 궁금해하고 그걸 파고들어 공부하는 태도를 지적 호기심이라고 정의하고 그것을 잘 발휘할 수 있는 학생을 학업 역량을 갖춘 학생으로 판단한다. 아이들이 알아서 호기심도, 자기 주도성도 발휘해주면 좋겠지만 그게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라서 대부분의 아이들은 교사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그럴 때, ‘야, 무언가를 궁금해하고 그걸 파고들어 공부하는 태도를 갖춰야지!’라고 하면 보통 아이들은 그 말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나처럼 책을 권하거나 학교에서 프로그램을 만들어 참여토록 한다. 그 과정이 학생부에 기록되기는 하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그런 경험 자체가 아니라 그 경험을 통해 아이들이 ‘이걸 공부했더니 요 부분이 궁금해졌어. 요 부분을 좀 더 공부해볼까?’ 하는 마음을 가지게 하는 것, 즉 학생의 지적인 성장을 바라는 것이다. 최근에 입시에 관한 기사를 보면 ‘정시로 돌아가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던데 선발의 편의성을 위해서 아이들을 문제풀이 기계로 만드는 게 바른 교육의 방향인지 생각해볼 일이다. 아이슈타인이 ‘중요한 것을 모두 측정할 수 없고 측정할 수 있는 것이 모두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듯이, 한 아이의 지적 호기심이 성장하고 그에 따라 학업 역량이 좋아져도 그런 건 숫자로 산출되지 않는다. 숫자를 높이려면 시험을 잘 쳐야 하는데 그건 암기력이 좋은 아이들이 훨씬 잘한다. 암기 잘하는 아이를 선발하기 위한 교육을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교육이 숫자의 굴레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아이들의 성장을 이끈다는 교육 본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134~135)
‘죽을 때까지 치매 없이 사는 법’을 보면 치매를 예방하는 방법의 하나로 두뇌 최적화가 있다. 익숙한 것을 떠나 어렵고 힘든 과제에 도전할 때 두뇌가 최적화 된다는 이론이다. 나는 새로운 과제에 도전한다는 심정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의 크기가 작고 내용도 200쪽 정도여서 쉽게 읽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책 속에 소개된 재즈를 듣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1시간 이상이나 소요되는 곡들도 있었다.(Oscar Peterson, North Sea Jazz Festival 실황; 58:50, Keith Jarrett, Last Solo; 1:31:46) 잘 이해되지 않는 재즈를 듣느라 책을 읽는 속도가 자꾸 느려졌다. 책 제목은 ‘어쩌다 보니 재즈를 듣게 되었습니다’였지만 꼭 들어봐야겠다고 작정하고 들어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래도 이 책을 통해 재즈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글쓰기와 학교 교육에 대한 지은이의 생각에 공감할 수 있었다. 재즈를 꾸준히 들으면서 곡에 대한 해설, 감상평 등을 찾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나도 언젠가는 재즈에 대해 많이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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