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지은이 사이토 다카시는 지식에 실용을 결합한 글쓰기로 끊임없이 대중과 소통하는 지식 보부상이다. 일본 최고의 교육 전문가로 메이지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활발한 TV 출연 덕분에 일반인들에게도 친숙하다. 어떤 지식도 대중이 알기 쉽게 해석하고 설명하는 탁월한 능력으로 문학, 역사, 철학부터 공부법, 처세술, 글쓰기, 대화법에 이르기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수백 권에 달하는 저서를 발표했다. 옮긴이 김윤희는 경희대학교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하고 현재는 출판 번역 전문 에이전시 베네트랜스에서 전속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옛말처럼 많은 사람들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밤은 그 어느 때보다 지적 활동을 하기에 어울린다. 세상의 모든 것이 잠든 침묵의 시간이자 오롯이 나 자신과 마주하면서 생각의 깊이를 더하고 교양을 익힐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행복은 자신의 골든 타임을 얼마나 충실하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기준에 나의 삶을 억지로 맞추지 않아도 된다.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간에 집중적으로 지적 생산을 하고, 성과를 내면 된다.
세상의 흐름은 야행성 인간에게 유리하게 바뀌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방법보다 가치 창출 그 자체가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성장 시대로 접어든 만큼 생산성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창출해낼 수 있는 사람이 인정받는다. 밤을 활용한 지적 생산술로 세상을 놀라게 할 수 있다. 아침형 인간이 되겠다는 생각에 얽매이지 말고 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1단계 : 지식과 교양이 마구 쌓이는 세상 간단한 방법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이고 손쉬운 방법은 역시 독서다. 사실 독서는 TV나 인터넷과 비교했을 때 지식을 얻는 데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독서를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독서 습관이 몸에 배면 지적 생활을 위한 안정적인 기반이 마련된다. 당장 활용할 지식이 아니더라도 교양이 쌓여가는 느낌만으로 든든하다.
독서를 할 때는 직접 도움이 되는 책만 읽을 필요는 없다. 후쿠자와 유키치도 ‘학문의 권장’에서 ‘목적 없는 학문이야말로 가장 훌륭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독서야말로 가장 즐거운 취미 활동이 아닐까. 진정으로 독서를 즐기고 싶다면 책을 ‘읽는다’라고 생각하지 말고, 저자의 이야기를 ‘듣는다’고 생각해보라.
‘소크라테스의 변명’은 플라톤이 스승인 소크라테스가 어떤 사람이었고, 그가 생의 마지막 시기에 무슨 말을 남겼는지 기록한 책이다. ‘방법서설’은 테카르트가 여행에서 어떤 사고(思考) 체험을 했고 어느 경지에 다다르게 되었는지 말하고 있다. 데카르트는 이로 인해 불안과 후회에서 벗어날 수 있었음을 들려준다. 철학책이라고 생각하면 어렵게만 느껴지는 책이지만, 위대한 지성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좀더 친근하게 느껴질 것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농사에 비교할 수 있다. 바싹 마른 두뇌라는 땅을 골라 교양이라는 작물이 풍성하게 자랄 수 있는 옥토로 만드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의 머릿속은 황폐한 채로 남게 된다. 땀과 정성으로 가꾸고 또 가꾸어서 어떤 작물이든 무럭무럭 자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독서의 유익이다.
100권의 책을 읽은 사람은 독서의 유익을 경험했을 것이고, 1,000권의 책을 읽은 사람은 지금의 자신은 독서가 만들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10,000권의 책을 읽은 사람은 자신이 가진 지식은 모두 독서에서부터 비롯되었음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주변에는 독서를 통해 지적 능력을 단련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을 본받아 매일 밤 독서를 하며 지적 활동을 위한 기초 체력을 길러야 한다.(22~73쪽)
2단계 : 독서는 귀찮지만 똑똑한 사람은 되고 싶다면
지식을 쌓는 통로는 독서 이외에도 다양하다. 밤 시간을 활용한 TV보기, 영화감상하기, 심야 라디오 듣기, 신문 읽기, 인터넷 기사에 달린 댓글 살펴보기, 인터넷 서점 독자 서평 읽기 등을 통해 지식과 교양을 쌓을 수 있다.(74~109쪽)
3단계 : 슬기로운 야행성 습관, 발상력
지적 생산을 다르게 설명하면 ‘아이디어를 창출해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기획서, 프레젠테이션 같은 생산적 활동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행위를 말한다. 지적 생산이 밤이라는 시간과 궁합이 잘 맞는다는 것이 이미 역사 속 많은 지성들이 입증한 바 있다.
대표적인 예로 오노레 드 발자크를 꼽을 수 있다. 발자크는 19세기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극작가로 ‘밤에 걸작을 만들어내는 작가’로 불린다. 발자크는 늘 수 십잔의 커피를 마시며 밤새 작품을 썼다. 그렇게 밤을 보내고 동이 틀 무렵이 되어서야 목욕을 하면서 휴식을 취했다. 목욕을 마치면 밤새 쓴 원고를 고치고, 마무리가 되었다고 판단했을 때 비로소 잠을 청했다.
발상력을 자극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위해서는 그 무엇에도 방해받지 않는 시간과 공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많은 경우 자유롭고 신선한 발상은 밤에 떠오르는 경향이 있다.
발상력은 일을 할 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발상력은 취미 생활의 즐거움도 배가시킨다. 어떤 주제를 가지고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도 발상력이 필요하다. 책이나 영화 등을 소개하면서 문학적 취향을 살필 수도 있고, 응원하는 스포츠 팀의 정보를 꼼꼼히 체크해서 경기를 리뷰하거나 승부를 예측할 수도 있다. 어떤 취미라도 발상력이 더해지면 가치도 높아진다.
실전 연습 : 야행성 인간을 위한 지적 생산술
아이디어 발상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제한형’이다. 한마디로 시간제한 같은 압박 속에서 발상을 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다르게 표현하면 ‘몰아치기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주어진 조건 안에서 가지고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기 때문에 참신한 아이디어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다른 사람과 함께 했을 때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 이러한 발상법은 낮에 적합한 방법이다. 깊은 밤에 홀로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위해 자신을 다그치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괴로운 일이다.
두 번째 방법은 밤에 빛을 발하는 ‘개방형’이다. 일단 편안하고 즐겁게, 좋은 생각이 떠오르면 다행이라는 정도의 마음을 가지면 된다. 어느 누가 요구하거나 강제로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아이디어가 떠오르게 된다. 일단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즉시 스마트폰이나 노트에 기록한다. 가능하면 줄 없는 백지 노트가 좋다.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개방형 발상법이야말로 밤에 어울리는 방법이다.(172~173쪽)
글은 발상력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발상력이 날개를 활짝 펴지 않으면 의미와 가치가 없다.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주목 받는 코디법 100가지’를 주제로 블로그를 운영하기 시작했다고 해보자.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시작하는 것이다. 처음 5~6가지는 소재가 금방 떠오를 테니 지나치게 고민할 필요 없이 우선 글을 쓴다. 100가지 소재를 모두 준비한 뒤에 시작하려고 한다면 평생 고민만 하게 될 것이다. 아마도 15가지 정도를 소개한 시점에서 소재가 바닥나버릴 것이다. 머릿속이 하얘지고 손이 느려진다. 100가지를 소개하겠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역시 무리였다는 생각에 마음이 약해지면서 블로그의 제목을 ‘100’이 아니라 ‘20’으로 낮출까? 하는 갈등이 시작된다. 이런 순간에 발상력이 빛을 발한다. 힘들겠지만 안일하게 타협해서는 안된다. 어떻게든 머리를 짜내면 30가지 소개가 넘어가는 시점부터 가속이 붙는다. 60가지를 넘기면 생각보다 할 만하다는 생각과 함께 자신감이 생긴다. 드디어 목표했던 100가지를 완성하는 순간, 이런 식이라면 300가지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저자) 역시 지금까지 수백 권의 책을 냈지만, 처음에는 100권을 목표로 했었다. 목표를 크게 설정하면 발상은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질문력’이라는 주제를 정하면 이것만으로도 책을 한 권 쓸 수 있다. 목표를 달성하면 방향을 조금 바꾸어서 ‘코멘트력’이라는 주제로도 쓸 수 있고, ‘절차력’이라는 주제로 해서 또 다른 책을 한 권 더 쓸 수 있다. 나아가 ‘잡담력’에 관한 책도 쓸 수 있다. 점점 다양한 각도에서 발상이 출몰하는 것이다. 발상은 시도할수록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난다.(178~180쪽)
발상이란 결국 서로 다른 요소들의 조합이기 때문에 최대한 많이 시도하고 노력한다면 그만큼 조합의 수도 늘어난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 머릿속에 교양을 늘려둘 필요가 있다. 다양한 재료를 갖춰두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작업이 아니라, 금세 재료들을 이렇게 저렇게 조합해 놀라운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10,000가지 발상을 해본 사람은 10,001개째 발상을 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하지만 3가지 발상만 해보았던 사람은 단 1가지 발상을 추가하는 것도 버거운 법이다. 위대한 예술가들이 그토록 많은 작품을 남길 수 있었던 것도 그동안 쌓인 작품이 기반이 되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181~182쪽)
우리는 대부분 낮에는 쏟아지는 업무와 학업으로 눈코 뜰 새 없고, 밤이 되면 피곤함에 취해 골아떨어진다. 때로는 술잔을 기울이기 위해 걸음을 옮기기도 한다. 어느 쪽이든 그 나름의 인생이다. 그러나 하루를 지적이지 않은 시간으로 채워버린다면 앞으로도 지적이지 않은 인생을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그보다 안타까운 일이 있을까. 밤이라는 시간을 지적으로 보내고, 지식을 꾸준히 쌓아가면 얼마나 풍성하고 행복할까. 밤의 지적 생활을 고스란히 즐기고, 교양을 쌓아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지적 생산의 기쁨을 누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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