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 리뷰

오스만 제국

kdy820 2020. 10. 4. 07:22

오스만 제국은 단일 왕조로서는 전례 없이 긴 세월 동안 존속한 나라이다. 13세기 말, 이슬람 세계와 기독교 세계가 뒤섞인 변방에서 시작해 경제, 사회적인 측면에서 찬란한 역사를 이룩한 오스만 제국은 19세기부터 그 영토가 조금씩 줄어들었고, 1918년 제1차 세계 세계대전에서 패배하면서 영토의 대부분을 잃었으며, 1922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 책은 600년이라는 긴 세월에 걸친 오스만 제국의 역사를 4개의 시대로 나누어서 서술하고 있다.

 

1. 봉건적 후국 시대

오스만 후국은 13세기 말에서 14세기 초에 성립된 것으로 보인다. 초기 오스만 후국은 약탈을 일삼는 불량배 집단에 불과했지만 무슬림 왕조들의 통치체제를 서서히 변형시켜 받아들이면서 국가로서의 체제를 정비해갔다.

국가의 중심은 언제나 오스만 왕가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지방 호족들과 구 튀르크계 후국 세력 등 준독립 집단이 왕가를 떠받치게 되었다. 다시 말해서 이 시대의 오스만 왕가는 많은 봉건 제후들 중에서 가장 유력한 존재에 불과했다.

 

2. 집권적 제국 시대

오스만 왕조는 메흐메드 2세가 콘스탄티노폴리스 원정을 실행한 1453년 이후 술탄 중심의 중앙집권화를 추진함으로써 '제국'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위엄 있는 모습을 갖추게 된다. 실제 변화는 점진적이었지만, 그래도 그 원정이 변화의 기원이 된 것은 틀림없다. 그로부터 100년이 넘도록 후대에 '황금시대'라고 불리는 풍요와 안정이 이어졌다. 아랍 대원정을 달성한 셀림 1세, 빈 포위를 감행한 술레이만 1세의 치세도 이 시대에 포함된다.

이 시대의 술탄은 상비군인 예니체리 군단을 비롯한 노예 출신 신하들을 거느리며 절대적인 전제군주로 군림했다. 그러나 앞에서 말했듯이 서로 다른 신하들을 통제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았다.

 

3. 분권적 제국 시대

이 시대가 언제 시작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학설이 있지만, 이 책에서는 그 시점을 무라드 3세가 즉위한 1574년으로 보았다. 과거의 연구자들은 대개 이 시대, 즉 16세기 말 이후 200년 동안을 오스만 제국의 정체기 혹은 쇠퇴기로 본다. 무능한 술탄들이 다스린 탓에 제국이 혼란해지고 영토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반대로, 이 시대가 변혁기였을지언정 쇠퇴기는 아니었다는 새로운 평가가 정설이 되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 시대는 수도 이스탄불에 있던 유력자들이 이전에 술탄이 마음껏 휘두르던 권력을 일정 부분 제약하고 자신들의 당파를 통해서 국정을 운영하기 시작한 시대라고 할 수 있다. 17세기에는 이 체제가 파벌 대립을 격화시켜서 정국이 혼란해지기도 했지만, 18세기 이후에는 사회가 안정을 되찾아 제국의 역사에서도 손꼽히는 변영의 시대가 이어졌다.

 

4. 근대 제국 시대

중동사, 이슬람사를 연구했던 과거의 역사가들은 나폴레옹이 이집트로 쳐들어온 1798년부터 이슬람 세계에 근대화가 시작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것은 너무 서양적 관점에 치우친 의견이다. 이집트가 오스만 제국에 속해 있던 중요한 지역이기는 했지만, 이 사건이 본국에 미친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오스만 제국의 근대화는 마흐무드 2세가 즉위하여 근대화를 주도하기 시작한 1808년에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그리고 그 끝은 제국이 멸망한 1922년이다. 이 책에는 이후 1924년에 칼리프 제도 폐지에 관한 이야기도 약간의 후일담으로 소개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