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일/아이스크림이 쓴 <양준일 MAYBE _ 너와 나의 암호말>은 2020년 2월 11일 교보문고에 예약 주문하여 출간일인 2월 14일에 받았다. 나는 아내를 통해 양준일이라는 이름을 처음 알았고, 아내가 책을 사달라고 졸라서 구입할 마음이 전혀 없는 책을 주문하였다. 책은 동봉된 사진엽서보다 조금 컸다. 반양장본, 13cm×17cm, 모비딕출판사, 265쪽, 18,000원.
처음 책을 보고 크기가 너무 작아서 놀랐다. 다음에는 작은 책에 씌어진 글씨가 너무 커서 놀랐다. 사진이 많다고 생각되어서 사진이 차지하고 있는 쪽수를 세어보았다. 93쪽이었다. 이 책은 사진집일까? 에세이일까? 사진집이라고 하기에는 사진 크기가 너무 작고, 에세이라고 하기에는 글씨가 너무 크고, 내용이 없었다. 나중에 책을 홍보하는 문구를 보고 사진에세이라는 것을 알았다. 보통의 사진 에세이는 사진에 대한 설명이나 생각이 있는데 이 책에서는 사진과 글이 완전히 따로 놀고 있다.
머리말(서문)에 해당되는 ‘책을 열며’를 읽었다. ‘저는 철학자가 아닙니다. 삶의 무게와 아픔이 저를 짓눌렀을 때, 영적이고 철학적인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유를 향한 길을 찾았을 뿐입니다(10쪽 전문).’ ‘오랜 세월 곰곰 생각한 그분들의 지혜는 제 삶의 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제 속 깊이 그 지혜가 쌓여,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11쪽 전문).’ 머리말을 보면 사진에세이가 아니라 삶의 지혜를 전하는 철학에세이처럼 보인다.
목차의 제목(주제)은 96개, 내용은 소제목 하나당 1~2쪽. 제목과 제목 사이는 1~3쪽에 걸쳐 양준일이 작사한 노랫말, 양준일의 전신사진이나 얼굴 사진, 손 사진이 차지하고 있다.
종이를 낭비하고 있는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밥’이라는 제목 아래 본문은 ‘내가 먹을 수 없는 밥./ 눈칫밥(179쪽 전문).’ 제목 한 줄, 본문 두 줄로 한 쪽을 사용했다. ‘겸손(제목)// 겸손은 나 자신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나보다 상대방을 더/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50쪽 전문).’
조금 긴 글은 두 쪽에 걸쳐져 있다. ‘사랑1// 사랑은 불과 같다. 너무 가까이 가면/ 타 버리고, 적당히 거리를 두면 따뜻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사랑하기 위해선/ 적당한 거리를 익혀야 한다. 상처를 입는/ 순간도 알아야 한다. 상처를 입어도 그저/ 올 게 왔다고 생각하자. 준비하고 고마운(34쪽 전문)’// ‘마음으로 받아들이자. 그럼 곧 다음/ 사랑을 만날 거다. 상처가 깊으면,/ 다시 마음을 열기가 힘들다. 사랑은/ 잠자코 있지 않는다. 알고 준비해야 한다./ 사랑할 준비를 하라는 뜻이다./ 도망치진 말자(35쪽 전문).’
독자의 머리를 끄덕이게 하는 삶의 지혜는커녕, 양준일만의 혼자 생각이나 편견을 드러낸 내용이 많다.
‘가난// 부모님 덕에 부유하게 살 때도/ 난 항상 가난한 아이들과 친구가 됐다./ 이렇게 훌륭하고 능력 있는 부모/ 아래에서도 힘든데, 가난한 집의/ 아이들은 얼마나 힘들까,/ 나도 모르게 종종 그런 생각을 했다(71쪽 전문).’ 가난한 사람들은 모두 힘들게 사는가? 가난해도 힘든 줄 모르고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다.
‘암호1// 암호라는 단어를/ 쓰는 걸 좋아한다./ 모든 사람은 암호로/ 대화를 한다고 믿으니까(76쪽 전문).’ ‘암호5// 가장 가까운 사람의/ 암호가 때론 가장/ 해독하기 어렵다./ 말과 행동이 다르고,/ 그걸 매일 내 눈으로/ 보고 있으니까(86쪽 전문).’ 양준일은 사회생활을 옳게 하지 못한 것이 분명하다. 보통 사람들은 일상적인 대화를 할 때 암호를 쓰지 않는다. 직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아내가 책을 먼저 읽은 후에 내가 읽었다. 저녁 먹고 쉬는 시간에 읽었는데, 한 시간쯤 걸린 것 같았다. 아내에게 ‘이 책 읽는데 한 시간도 안걸리네?’했더니, 아내는 ‘나는 30분만에 다 읽었는데.’라고 하였다.
이 책은 2월 3일 오전 10시부터 예약판매를 했다. 인터넷서점 알라딘에서는 판매 개시 10분만에 1,500부가 팔렸고, 예스24에선 판매 3시간 만에 7,000부, 교보문고에선 3,000부가 나갔다. 이 책을 예약한 사람들은 대부분 양준일의 팬일 것이다. 책의 내용은 둘째고 양준일이 낸 책이라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구입을 결정했을 것이다. 연예인의 인기란 것이 대단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양준일은 혼자 있을 때, 늘 쓰레기를 버린다고 했다. 머릿속에 남은 쓰레기도 치운다고 했다(43쪽). 사람들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하는 경험도 쓰레기라고 했다(110쪽). 나는 이 책을 읽은 경험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싶었다(202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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