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 리뷰

계간 미스터리 2020 가을 겨울호

kdy820 2021. 10. 26. 11:23

'계간 미스터리 2020 가을겨울호'는 '한국 추리문학의 세대교체'를 특집으로 하고 있다. 신인상 당선작은 황정은의 '가나다 살인사건'과 홍선주의 'G선상의 아리아'다. 그리고 중편소설 1편(내일의 별빛/공민철), 단편소설 3편(특별할인/장우석, 약육강식/홍성호, 어떤 자살/한새마), 초단편소설 5편(고백/정가일, 크리스티 여사의 취미/조동신, 얼굴 마사지 좋아하는 여자/이상우, 운수 좋은 날/반대인, 선생님은 항상 너희 편이야/공민철)과, 추리소설가가 된 철학자, 평론, 리뷰, 작가의 방, 프로파일링, 설문조사 등으로 다채롭게 꾸며져 있다.

계간 미스터리를 읽는 사람 중에는 추리소설을 써보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번호에는 특별히 한이 작가가 쓴 '미스터리 쓰는 법'(제목: 어디서 죽이는 아이디어를 찾지?)이 있어서 흥미있게 읽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317~329쪽)

 

1. 읽고 또 읽어라

저(저자)는 독서목록을 만들면서 책을 읽는데, 많이 읽을 때는 일 년에 550권 정도씩 읽었습니다. 작가가 되려고 결심하셨다면 일단 많은 책을 읽는 것이 우선입니다. 추리소설을 쓴다고 해서 그 장르만 읽어선 안 됩니다. 역사든, SF든, 고전이든, 요리책이든, 자동차 사용설명서든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픽션과 논픽션을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할 때 캐릭터, 문체, 장면전환 기법, 아이디어를 다루는 방법, 다양한 이미지, 주변에 존재하고 있는 사실들이 우리의 잠재의식 속에 차곡차곡 쌓이게 되고, 어떤 발화점에 이르렀을 때 좋은 아이디어로 빵! 하고 터지는 것입니다. 저 위대한 도스토옙스키도 글을 쓰는 시간 외에는 책을 읽었다면 우리 역시 그래야 하지 않겠습니까?

 

2. 쓰고 쓰고 또 써라

많은 신인 작가들이 구상이 완벽해질 때까지는 책상에 앉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책상 앞에 앉아 작품이 될 것 같지 않은 아이디어라도 자꾸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창의성을 고무하는 작용이 있어서, 아무리 하찮아 보이는 아이디어라도 계속해서 쓰다 보면 다른 좋은 아이디어를 잠재의식에서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좋은 아이디어 하나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최대한 긴 시간을 책상 앞에 앉아 있을 필요가 있습니다.

 

3. 제목을 만든다

제목을 반드시 마지막에 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럴듯한 제목을 떠올리려고 애쓰다 보면 제목에서 스토리가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그렇게 할 때는 아무래도 인간, 책상, 돌, 자동차같이 평범한 단어들보다는죽음, 피, 살인, 공포, 마녀 같은 드라마틱한 단어가 나아 보입니다.

 

4. 독특하거나 특이한 사실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르는 특이한 사실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생각해볼까요? 어떤 형사가 여름에 시체로 발견됐는데 그의 냉장고에서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쪽지가 발견되었다고 칩시다. 그런데 그것을 발견한 용의자가 실수인 척 종이를 가습기 가까이 가져가고, 그것을 목격한 주인공은 그가 범인임을 짐작합니다. 어떻게요? 냉장고에서 발견된 쪽지는 필압(筆壓)으로 눌린 자국이 있는 종이었는데, 결정적인 단서가 적혀 있었습니다. 사실 종이란 주변 환경이 차가우면 차가울수록 눌린 자국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주변이 덥고 습하게 되면 종이의 섬유질이 늘어나게 되고 눌린 자국이 없어져버리죠. '덥고 습하면 종이의 눌린 자국이 없어진다.'라는 작은 사실에 바탕을 두고 위와 같은 트릭을 만들어낼 수도 있는 것이지요.

 

5. 이야기의 실마리

이것은 자리에 앉아서 서두의 첫 문장, 첫 단락, 첫 장면을 써보는 것입니다. 물론 그것은 공포, 충격, 호기심을 유발하는 것이어야 할 겁니다. 그래야 독자뿐만 아니라 작가 자신을 끌어당기게 될 것이기 때문이죠. 자리에 앉아서 깊이 생각하지 말고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손을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잠재의식이 더 활발하게 움직이게 될 것입니다.

 

6. 가족들이나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가 아이디어를 떠올린다는 작가들도 많습니다. 종종 내 주변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할까? 어떤 것을 좋아할까? 상상해보는 것도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좋은 방벙입니다. 또 어떤 경우에는 카페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누군가가 툭 던진 말 한 마디가 아이디어가 될 때도 있죠.

 

7. 신문 기사나 뉴스

'B컷', 'B파일' 등의 사회성 짙은 작품을 쓴 최혁곤은 실제로 신문사 기자인데, 그래서인지 신문기사나 보도사진을 보고 아이디어를 떠올릴 때가 많다고 합니다. 종종 지나간 사건들과 그 후의 이야기들을 훑다 보면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나오는 거죠. 'B파일'의 경우는 엘리트 조선족 은행원과 조선족 문제를 다룬 신문 기획기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집필하게 되었습니다.

 

8. 배경으로부터 시작하기

이것은 흥미로운 배경을 먼저 떠올리고 그것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는 방법입니다. 방콕이나 파리처럼 이국적이고 흥미로운 장소, 혹은 한국의 차이나타운처럼 특수한 장소를 설정한 다음, 그곳에 아무것도 모르는 주인공이 도착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것입니다.

다른 방법으로는 '물 밖으로 나온 물고기' 방식으로 배경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종종 어떤 특정한 직업을 배경으로 설정하고, 조연이나 주연을 초심자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직업과 관련된 정보를 독자에게 전달하기도 편리하고, 디테일을 모르기 때문에 함정에 빠지기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9. 역사적 사실과의 혼합

사료에 기록된 역사적 사실, 혹은 역사적 인물과 허구적 인물을 결합시키거나 만나게 하는 것도 하나의 아이디어가 됩니다. 정명섭의 '적패', '무덤 속의 죽음'은 을지문덕 장군이 탐정 역할을 하는 작품입니다. 미국 드라마 '후디니 앤 도일'은 유명한 탈출마술가 해리 후디니와 셜록 홈즈의 작가 코넌 도일이 만나서 미스터리를 풀어낸다는 설정입니다.

 

10. 본인의 경험

송시우의 '라일락 붉게 피던 집'은 어릴 적 실제로 살았던 다가구주택과 인물들을 모델로 이야기를 발전시킨 작품입니다. 물론 기억으로 채우지 못하는 부분은 광범위한 자료조사를 통해서 메꿨다고 합니다.

저의 '공모'라는 단편은 지방으로 내려가는 버스 안에서 손으로 절반을 쓰고, 할머니 댁에 도착해서 나머지 절반을 쓴, 가장 빨리 쓴 작품입니다. 아마 내용의 상당 부분이 경험에서 기인했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마무리 지을 수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구상까지는 아주 긴 시간이 걸리긴 했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아이디어는 도처에 있습니다. 심지어는 꿈에서도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그것을 제대로 낚아채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의 차이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늘 열린 마음을 갖고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눈을 번뜩이고, 아주 사소해 보이는 아이디어라도 기록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언제 어떤 아이디어와 만나서 불꽃이 튈지 아무도 모릅니다. 늘 새로운 경험을 하고, 새로운 책을 읽고, 새로운 자극을 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면 죽이는 아이디어는 곳곳에 널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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