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하는 그림책 작가 백희나는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95년 이화여자대학교 교육공학과를 졸업하고, 1997년 미국 칼아츠(Cal Arts: 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에서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전공했다. 2002년 졸업 후 잠시 애니메이터로 일하던 중 동화책 일러스트를 시작했다.
2004년에 출간한 첫 창작 그림책 《구름빵》으로 2005년 볼로냐 국제 아동 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었다. 그림책 《구름빵》은 10여 개국에 번역 출간되었고, 《구름빵》을 원작으로 한 어린이 뮤지컬이 상연되었으며, 2010년에는 KBS에서 《구름빵》을 원작으로 한 78부작 TV 애니메이션이 방영되었다.
2010년~2011년에는 1인 출판사 '스토리보울'을 운영하며 《달 샤베트》, 《어제저녁》, 《삐약이 엄마》를 출판했다. 2012년과 2013년에는 책읽는곰 출판사에서 출간한 《장수탕 선녀님》으로 제53회 한국출판문화상과 제3회 창원아동문학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장수탕 선녀님》은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2017년에 출간한 《알사탕》은 IBBY Honour List에 선정되었으며, 2018년에는 일본판 《알사탕 あめだま》으로 제11회 MOE 그림책서점대상을 수상했다.
2020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수상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은 아동·청소년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2002년 스웨덴 정부가 제정한 아동문학상이다. 시상식은 매년 3월에 열리며, 볼로냐 라가치상,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과 함께 세계 3대 아동문학상으로 꼽힌다. 백희나 작가의 작품은 한국 외에도 일본, 중국, 대만, 프랑스에 소개되어 해외 팬을 늘려 가고 있다.
< 장수탕 선녀님 >
우리 동네에는······ 아주아주 오래된 목욕탕이 있다. 큰길가에 새로 생긴 스파랜드에는 불가마도 있고, 얼음방도 있고, 게임방도 있다는데······ 엄마는 오늘도 장수탕이다. 그래도 한 가지! 울지 않고 때를 밀면 엄마가 요구르트를 하나 사 주실 거다. 그리고 하나 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냉탕. "덕지 너, 감기 걸려도 엄만 모른다!" 풍덩풍덩 발 딛고 헤엄치기. 어푸어푸 국가 대표 덕지 선수 금메달! 꾸르륵 으악, 배가 침몰한다.
그런데······ 이상한 할머니가 나타났다. "겁먹지 마라, 얘야. 나는 저기 산속에 사는 선녀란다. 날개옷을 잃어버려 여태 여기서 지내고 있지."선녀 할머니는 '선녀와 나무꾼'이라는 옛날아야기를 들려주셨다. 다 아는 이야기였지만 모르는 척 끝까지 들어 드렸다. 우아, 이럴 수가! 할머니는 냉탕에서 노는 법을 정말 많이 알고 계셨다. 쏴아아, 폭포수 아래서 버티기! 첨벙첨벙 바가지 타고 물장구 치기! 꼬로록꼬로록, 탕 속에서 숨 참기! 우아! "그런데 얘야, 저게 도대체 뭐냐? 아주 맛나게들 먹더구나." 선녀 할머니가 요구르트를 가리키며 수줍게 물었다. "요구르트요." "요······ 요구룽?" "음······ 잠깐만요!"
나는 뜨거운 탕에 들어가 때를 불렸다. 숨이 막혔지만 꾹 참았다. 엄마가 때를 밀 때도 눈물이 나려는 걸 꾹꾹 참았다. 드디어 엄마가 요구르트를 하나 사 주셨다. 나는 할머니께 요구르트를 드렸다. 목이 조금 말랐지만 참을 만했다. 다음에 또 할머니랑 놀면 좋겠다.
그런데 오후가 되자 머리가 아팠다. 콧물도 났다. "거봐, 엄마 말 안 듣더니 감기 걸렸네!" 한밤중 잠에서 깼다. 머리가 지끈지끈 목구멍이 따끔따끔 온몸이 후끈후끈 너무 아파······. 그때! "덕지야, 요구룽 고맙다. 얼른 나아라." 아······ 시원해. 다음 날 아침, 거짓말처럼 감기가 싹 나았다. "고마워요, 선녀 할머니!"
요즘 아이들은 노인들을 싫어한다. 학교에서도 나이 많은 선생님이 담임이 되는 것을 싫어한다. 그런데 덕지는 장수탕 선녀님과 냉탕에서 재미있게 논다. 선녀님에게 자기가 먹고 싶은 요구르트도 드린다. 목욕을 끝내고나서 다음에 또 할머니랑 놀면 좋겠다고 한다. 하루만에 감기가 나은 것이 할머니와 잘 지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노인을 좋아하고 노인과 잘 지내야 한다는 것을 가르친다. 모든 어린이들이 꼭 읽어야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은 어린이들이 노인을 좋아하고 노인을 이해하는 인성 바른 어린이로 자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