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國人의 法意識
金 大 泳
(영남대학교 강사)
1. 法意識의 槪念
法意識이란 법에 대하여 인간이 가지고 있는 規範意識 또는 社會意識으로서, 法感情과 함께 法心理學의 기초를 이루는 것이다. 법의식은 사회에서 실현되는 법에 대한 주관적 반영인데, 여기에는 법내용의 妥當性 여부에 관한 판단과 그것을 법으로서 승인하는 법적 확신이 포함되어 있다. 즉, 아무리 국가법이라 할지라도 국민의 법의식에 의해 지지받지 못하면 그 법은 實效性을 갖지 못하며, 따라서 지켜지지도 않는다.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국민의 법의식에 의해 지지되는 ‘살아있는 법’을 문제삼은 것이 法社會學이다.
심리적으로 엄격히 분석한다면, 법의식이 의식화되기까지에는 법감정이라는 전단계를 거친다. 법감정은 법에 대한 직관적인 價値感情인데, 여기에서는 법내용의 타당성 여부에 관한 직관적인 가치판단이 이루어지며 그것이 규범의식을 야기시키는 1차적인 근원이나 계기가 된다. 다음에 이런 법감정이 의식화되어 思惟의 明瞭性을 얻었을 때, 법의식이 된다. 즉, 법감정에 기인하여 의식화된 구체적인 법가치의식이 법의식이다. 이는 이미 법감정의 단계를 넘어서서 생활화되고 역사화된 경험적인 구체적 가치의식이며 시간과 공간에 따르는 제약을 벗어날 수 없다. 그러므로 법의식은 일정한 시대의 일정한 장소에서 형성되는 가치의식이며,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상태가 다름에 따라 각각 다르게 형성될 수 있다(학원세계대백과사전(13), 1993: 26).
2. 韓國人의 傳統的 法意識
우리 나라 사람들은 원래 법을 그렇게 달갑게 여기지 않는 전통적 의식을 가지고 있다. 법에 대한 일반국민의 인식이 법이란 마음대로 만들어서 힘없는 사람을 들볶는데 이용되는 것이며, 양심적이고 어진 사람들은 법을 몰라도 되고, 그저 점잖은 사람으로서 德이나 禮를 소중하게 여기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또한 섣불리 법에 끼어들면 망신당하기 쉽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우리 나라를 비롯한 동양에서 나타나는 ‘법을 賤視하고 嫌惡하는 전통의식’이라고 말한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법에 대해서 그릇된 사고를 가지게 된 것은 다음과 같은 원인 때문이라고 한다(韓堅愚, 1992: 17-20).
첫째, 儒敎的 影響을 들 수 있다. 유교적 전통에 의하면, 禮나 德을 소중하게 여기고, 법이란 소인배들에게나 해당되는 것으로 생각하여 ‘法은 小人에게만 미치고 君子는 禮에 의하여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러한 유교적 전통 아래서는 통치수단이나 분쟁해결 수단으로서의 법의 기능을 禮나 도덕적 윤리규범보다 격이 낮은 것으로 생각하고 법을 무시하게 된다.
둘째, 일본 植民地統治의 영향을 들 수 있다. 우리 나라에 있어서 서양의 근대적 법제도는 17세기말 중국으로부터 조선의 使臣들과 실학파 학자들에 의해서 도입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西洋法學의 소개는 우리 나라 사람의 손에 의해서 처음 시작되었지만, 곧 일본의 침략으로 말미암아 일본 식민지 아래에서 통치수단의 한 방법으로 이루어졌다. 따라서 일본 제국주의 아래서의 법은 주로 우리를 괴롭히는 제도로 운영되었기 때문에, 우리 나라 사람들은 법을 별로 달갑게 생각하지 않게 된 것이다.
셋째, 東洋과 西洋에 있어서 법을 보는 눈이 기본적으로 다르다는 입장에서 우리의 전통적 법의식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서양 사람들은 법을 ‘아버지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는 반면, 동양 사람들은 ‘어머니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서양인은 법을 무엇이 악인지를 틀림없이 결정하는 準則으로 이해하기 때문에, 서양의 법에서는 嚴格性․權威性․永續性 등이 강조된다. 이는 마치 어린이가 부친에 대해서 가지는 심리와 비슷하다고 본다. 이에 반하여 동양의 법은 항상 따뜻한 마음과 자비스러움 그리고 눈물을 가진 융통성 등을 중시하게 된다. 따라서 잘못을 저지른 어린이가 응석을 부리면 자비로운 모친이 용서해 주듯이 법은 항상 융통성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하여 법의 實用性 내지 效用性을 과소평가하게 하였다.
넷째, 社會構造上의 이유를 들 수 있다. 동양의 사회는 縱的인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로 이해된다. 따라서 권위주의적 사고방식에 젖어 있기 때문에, 법 앞의 평등이라는 현대법의 원칙 등이 제대로 운영될 수 없다는 것이다. 서양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질서유지를 위하여 처벌하는 여러 가지 가혹한 刑法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을 무서운 것이라고 敬遠하지 않았다. 또한 법을 모르는 사람에게도 공통되고 차별없이 적용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支配者의 법과 被支配者의 법이 따로 있는 것처럼 생각하지 않으며, 대체로 한결같이 법을 믿고 가까이 하는 전통을 지녀왔다.
이에 반하여 우리 나라를 포함하여 동양에서는 法을 백성을 다스리고 지배하는 수단이라고 여기고, 일반 국민들은 법은 무서운 것, 자기와 거리가 먼 것으로 여겼다. 법은 위에서 만들어 시행하고 명령하며, 백성은 밑에서 지키기만 하면 되는 것이며, 계급이 높거나 官吏로 있는 사람은 법적으로 우대받고 법을 어기더라도 실제로 처벌되지 않거나 刑量이 감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에 百姓은 조그만 잘못이 있어도 처벌받기 때문에 지배자 내지 관리의 법과 피지배자 내지 백성의 법은 실은 같은 법이라도 다른 것으로 느껴왔다. 그리하여 법은 관리와 민간에게 각각 따로 있는 것처럼 인식하게 되었다. 이러한 인식은 결국 법을 무서워하거나 경원시하는 의식으로까지 연장되었던 것이다. 즉, 법이라고 하면 처벌하는 근거로만 알았지 법이 順理이고 국민의 안녕과 행복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믿기는 어렵게 되어버림으로써 오늘날에까지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섯째, 社會發展이나 經濟發展에 있어서 법의 기능 혹은 역할을 지나치게 과신한 나머지, 이해와 설득을 통한 사회변혁 내지 정책의 실현이 이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법을 앞세워 밀어붙이기식으로 法의 强制力을 남용한 경우가 나타났다. 60년대 이후 경제성장과 行政便宜主義의 정치로 치달아 오면서 법적인 문제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부차적이고 조작할 수 있는 것으로 믿어왔다. 일반 국민들은 밀어붙이기식 법의 강제력에서 일제치하의 법을 연상하게 되었고, 법을 强制의 수단․支配의 수단으로 속단하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법에 대한 불신을 낳게 하였으며, 특히 경제발전만을 강조하여, 경제관계 법령을 빈번하게 改廢한다든지, 分配의 측면을 소홀히 취급한 법령에 대한 불신은 날로 심화되어 왔다.
3. 調査硏究에서 나타난 韓國人의 法意識
(1) 林熺燮은 1972년 전국표본 1993명, 대학생표본 787명, 법률직종사자표본 258명의 3개 표본집단에 대하여 법의식 조사를 실시하고, ‘韓國人의 法意識에 관한 社會學的 硏究’라는 논문을 발표하였다. 조사연구의 결과, 한국인의 법의식은 ①인지적 측면에서는 법의 도덕성, 정치성이 사회성에 못지 않게 중요시되고 있다는 점과 법의 형법적, 징벌적 측면과 통제 기능이 법의 민법적, 계약적 측면이나 사회개혁적 기능보다 더욱 강조되고 있다는 점, ②정서적 측면에서는 법적 소외감이 상당히 높고 법의 타당성, 공정성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낮다는 점, ③행동적인 측면에서는 법의 타당성에 대한 심한 회의로 인하여 법사용능력이 비교적 낮은 점 등이 두드러진 특징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法知識, 法同一視感, 法使用能力의 3변수의 조합에 따라 遵守型, 操縱型, 臣民型, 回避型 등 네 가지의 법행동유형을 분류하여 각 유형에 속하는 개인들의 사회경제적 성격을 발견하고자 하였는데, 그 결과 남자, 고소득층, 고교육층, 청장년층의 인구는 주로 준수형과 조종형의 법행동유형을 취하고 있으며, 반대로 여자, 저소득층, 저교육층, 노년층 그리고 농민들은 신민형과 회피형의 법행동을 주로 선택하고 있음을 밝혔다(林熺燮, 1974: 54).
(2) 車鏞碩, 崔宗一, 張台柱는 1988년 수도권, 지방거점도시, 공단배후도시, 농어촌 지역 987명을 대상으로 법의식 조사를 실시하고 ‘韓國人의 法意識에 관한 調査硏究 및 遵法意識의 提高方案’이라는 논문을 발표하였다. 이 논문은 결론으로서, ①우리 사회의 전통적 문화양식으로 인한 자연법사상의 부재와 과도한 외래문물의 수입으로 인한 사회적 해체현상에 수반되는 가치관의 혼란으로 전통적 법의식이 사라지고 개인주의 사상에 의한 이기주의적 법의식이 팽배하여 있고, ② 순종을 미덕으로 강조하여 온 농경문화적 사회성은 비폭력적, 무저항의 의식을 키워 왔으나, 그 동안의 극도의 자유억압적 정치행위는 교육과 매스미디어의 발달로 인한 근대법적 사고의 확대와 권리의식의 강화를 가져와 자유억압적 정치행위와 악법에 대한 극도의 저항의식을 내재하고 있으며, ③ 헌법과 노동법에 대한 인식이 다른 법에 비하여 월등히 높게 나타났는데, 이것은 사회적 변환기에 따르는 일시적 현상으로 가정하였으나, 이에 대한 시차적 연구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하였다(車鏞碩 外, 1989: 120).
(3) 韓國法制硏究院에서는 1991년 전국 20세 이상의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국민법의식조사를 실시하였다. 이 조사의 결과를 기존조사와 비교해 보면, 상대적으로 법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권리의식이 신장된 반면 준법정신의 부재현상이 두드러지고, 법정립 및 법집행기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심화되었다고 한다. 특히 년령․학력․소득․성향별로 법에 대한 인상과 交叉分析할 때, 학력이 높을수록, 소득이 높을수록, 성향이 진보적일수록 법에 대한 불신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회지도인사들이 일반국민으로부터 불신을 당하고, 고학력 및 고소득층에서 경미한 범법행위에 대한 자성이 희박한 현상은 우리 사회에 법치주의가 완전히 정착하는데 매우 회의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여론이 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하여 78.8%가 바람직하다고 응답하였는데, 이것은 西歐先進諸國에서 여론에 의하여 재판의 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여론재판이 문제시되고 있는 실정과 비교된다고 하였다(朴相哲, 1992: 8).
우리 나라 사람들은 법을 잘 지키지 않는다. 他人評價에 의한 우리 나라 전체의 遵法水準은 1988년에 29.4%, 1991년에는 26.4%가 법을 지킨다고 하였으나 1997년에는 24.3%만 법을 지킨다고 하여 그 수준이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통계청, 1998: 449). 1997년의 공중질서 수준을 보면. 승차장 극장 등에서의 차례지키기는 40.9%, 담배꽁초, 침뱉기 등 거리환경질서는 23.2%, 횡단보도, 육교 등에서의 보행질서는 31.4%, 운전자 등의 교통질서는 18.5%, 공공장소금연은 35.9%가 지킨다고 하였다(통계청, 1998; 451). 우리 국민들의 法意識水準을 잘 알 수 있는 조사결과라고 할 수 있다.
--參考文獻--
1. 朴相哲, “韓國人의 法意識”, 「司法行政」, 1992. 5.
2. 林熺燮, “韓國人의 法意識에 관한 社會學的 硏究”, 「法學」, 제15권
1호, 서울대학교법학연구소, 1974.
3. 車鏞碩 外, “韓國人의 法意識에 관한 調査硏究 및 遵法意識의 提高方
案” ,「法學論叢」 제6집, 한양대학교법학연구소, 1989.
4. 韓堅愚, 「法學槪論」, 서울: 신영사, 1992.
5. 統計廳, 「1998 韓國의 社會指標」, 1998.
6. 「學園世界大百科事典」, 제13권, 서울: 학원출판공사, 19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