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 리뷰

정치적으로 올바른 베드타임 스토리

kdy820 2011. 7. 26. 10:52

 

 

 

원제는 Politically Correct Bedtime Stories이다. '베드타임 스토리'는 잠자리에서 듣거나 읽는 이야기, 즉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나 어머니가 읽어주는 동화를 말한다. 이런 이야기들은 대개 인간 중심, 남성 중심, 백인 중심, 부르주아 중심, 유럽 중심적인 사고방식-작가의 표현을 빌리면 종(種)차별적, 성(性)차별적, 인종차별적, 계급차별적, 문화차별적 편견-이 반영되어 있다.


안데르센이나 그림 형제의 동화들은 '고전'이라는 명성과 함께 몇 세기에 걸쳐 전해져왔고, 그 속에 담긴 편견들은 보편적 진리인 양  우리 또는 우리 아이들의 세계관을 형성해 왔다.


제임스 핀 가너는 이러한 고전적인 옛 이야기들을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사회에 걸맞도록 고침으로써, 그 이야기들을 편견에서 해방시키는 일에 착수했는데,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 바로 '정치적으로 올바른 베드타임 스토리'이다.


페미니즘과 민권운동에서 비롯되어 1980년대에 미국 각지의 대학을 중심으로 확산된 PC(Polically Correct), 즉 '정치적으로 올바른' 표현을 지향하는 운동은 차별이나 편견에 바탕을 둔 언어적 표현이나 '마이너리티(소수파, 약자)'에게 불쾌감을 주는 표현을 제한하자는 것이다. 요즘에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대신 '다문화적(multiccultural)'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가너는 명작으로 알려진 동화들을 개작하여 표현은 물론이고, 줄거리에서부터 주인공의 성격이나 생활방식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PC적으로 고쳐썼다. 그러나 이 책은 스물일곱 번이나 출판을 거절당한 끝에 스물여덟 번째 출판사에 의해 간신히 받아들여졌다. 


우리는 이 책에서 어린 시절에 동화책에서 만났던 주인공들을 다시 만날 수 있는데, 이들의 달라진 모습은 세상을 PC적(다문화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예시해주는 본보기들이다. 몇 가지 이야기의 결말은 다음과 같다.


1. 빨간 모자 : 빨간 모자와 할머니와 늑대는 하나의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는 일종의 연대감을 느끼고, 상호 존중과  협력에 기초한 새로운 형태의 가족 공동체를 꾸미기로 결의한다.


2. 벌거벗은 임금님 : 벌거벗은 임금님의 퍼레이드를 보고 이 나라  백성들은 옷을 입거나 안 입는 것을 자기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3. 세 마리 아기 돼지 : 세 마리 아기 돼지는 고향에서 쫓겨난 다른 돼지들을 규합하여 잔인무도한 늑대 압제자들을 괴멸하고 서반구의 나머지 늑대들에게는 돼지들의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낸다. 뒤어어 돼지들은 의무교육과 의료보험제도를 실시하고 국민에게 싼 값으로 주택을 공급하는 모범적인 사회민주주의 국가를 세운다. 


이 외에도 생태적 균형에 신경을 쓰는 염소 삼형제, 요가 명상을 수행하는 백설공주, 여성해방운동의 기수가 된 신데렐라 등의 이야기가 있다. (201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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