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 리뷰

한국과 일본은 왜?

kdy820 2021. 10. 25. 19:54

지은이 사와다 가쓰미는 1967년생으로 일본 게이오기주쿠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마이니치신문'에서 30년째 기자 생활을 하고 있다. 1999년부터 4년 반, 2011년부터 4년 동안 서울 특파원으로 지내면서 한일관계와 남북문제 등 한반도 문제 전문 기자로 활약했다. 2006년부터 한국의 진짜 모습과 변화를 일본 독자들에게 알리는 책을 집필해왔다.

 

옮긴이 정태섭은 동국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교토대학 대학원에서 동양사 전공으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명청사학회장을 역임했고, 동국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를 거쳐 현재 명예교수다.

 

이 책은 프롤로그와 본문,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고 본문은 6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문재인 정권은 반일인가, 2장 서로의 생각을 안다고 착각하는 한국과 일본, 3장 강해진 한국이 내민 도전장, 4장 일본이 보는 한국의 통일관, 5장 한국이 좋다는 청년과 싫다는 중장년 남성, 6장 한일은 사이좋게 지내야 하는가.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냉전 종식 후 30년 동안 크게 달라졌다. 강한 국력을 가진 일본이 안보상의 필요성 때문에 한국을 배려해왔던 관계에서, 거의 동등한 힘을 가진 이웃 나라 관계로 변화한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의식이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그것이 한일관계에 유례없는 갈등을 초래한 근본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에는 한국을 두고 '우리보다 한 수 아래'라고 생각해온 사람들이 있다. 그들 입장에서 지난 30년은 한국 때문에 급속도로 쫓겨 다닌 30년이었다. 거품경제 붕괴 이후 국제 사회에서 일본의 상대적 지위가 낮아진 상황과 맞물려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은 복잡해졌다. 냉전 시대 역학관계를 모르는 젊은 세대는 한국을 대등한 상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만, 냉전 시대의 기억이 남아 있는 세대는 한국의 대두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이해하면서도 그것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을 안고 있다.

 

이런 한일관계를 상징하는 것이 강제징용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다.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을 일본 기업에 명령한 한국 대법원 판결은 한일 청구권협정이라는 기존 질서에 대한 도전이다. 한국에서는 그것이 역사 바로 세우기의 연장선상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며 한일관계를 바로잡는 당위성을 갖는 일이겠지만, 일본의 주류사회에서는 그러한 시각을 찾아보기 어렵다. 아니 이해할 수 없다고 하는 편이 정답일 것이다.(8~9쪽)

 

한국과 일본의 결정적 차이는 중국에 대한 인식일 것이다. 일본은 중국을 경쟁자로 대하고 있지만, 한국은 중국을 경쟁자로 보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중국을 '위협'으로 보는 시각은 있는데 중국에 '대항'하려는 생각은 잘 보이지 않는다.

 

중국 측도 그것을 알고 있다는 듯 한국에 대해서는 극히 오만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급속하게 진전시킨 것에 대한 대응책으로 박근혜 정권이 사드 배치 요구를 받아들이겠다고 결정하자 중국은 대규모 경제제재로 대응했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고 나서어느 정도 관계 개선을 꾀했지만 중국의 경제제재는 아직 완전히 풀리진 않은 상태다. 문 정권이 아주 열심히 대중관계 개선을 추진했다고 하긴 힘들지만 어쨌든 그 밑바닥에 깔린 대중인식은 일본에 대한 그것과는 확실히 다르다.(218~219쪽)

 

한국과 일본은 각기 다른 역사를 갖는 나라이며, 현재의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려고 하는 입장이나 이해관계도 다르다. 억지로 일치시키는 것은 어렵기도 하거니와 필요하지도 않다. 처음부터 '다름'을 전제로 생각하면 이상한 기대를 가졌다가 배신당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이웃 나라라서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는 법은 없다. 다만 상대가 싫다고 이사 갈 수도 없고, 다투자니 서로 불필요한 힘을 쓰게 된다. 그러니 적절한 거리를 둔 채 잘 지내려고 하는 수밖에 없다. 게다가 개인의 사귐과 국가 간 외교는 완전히 별개의 일이다. 한국과 일본이 서로를 받아들이는 바람직한 방식은 결국 이 언저리에서 수립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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