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교통사고 유감

kdy820 2023. 2. 22. 07:45

출근하는 길에 1톤 트럭을 추돌하였다. 붉은색 신호등을 보며 서행하다가 나도 모르게 졸았던 모양이다. 비상등을 켜고 차에서 내렸다. 앞차 운전수도 트럭 뒤쪽으로 왔다. 오른쪽 깜박이에 작은 구멍이 났고, 그 외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 같았다. 내 차는 후드가 조금 찌그러졌고, 번호판 고정 나사가 떨어져 나갔다.

 

트럭 기사가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길가로 차를 이동시키고 나서 다친 데는 없는가 물었더니 대답하지 않았다. 운전수는 회사 소유의 차라서 출근해야 한다, 사건이 접수되면 알려달라 하고는 차를 몰고 가버렸다. 현장에 나온 보험사 직원에게 사고 접수를 하고 학교 근처 정비센터에 차를 맡겼다.

 

저녁때 보험사 직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트럭에 세 사람이 타고 있다가 모두 다쳤는데 병원에 가도 되는지 묻는다고 하였다. 그 트럭에는 운전수만 있었고, 경미한 추돌사고라 다친 사람이 없다고 했다. 사고로 다쳤다면 곧바로 입원해야 하는데 하루종일 근무하고 나서 퇴근 후에 병원에 가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덧붙였다.

 

사고가 나면 차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 다 내리는 것이 상식 아닌가? 그때 분명 한 사람만 내렸다. 또 사고로 몸을 다쳤다면 그 부분을 잡고 내리지 않는가? 목이 안 좋으면 목을 잡고, 허리가 불편하면 허리를 잡은 채…. 트럭 기사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차에서 내렸다. 신호대기 중 서행하면서 조금 추돌했을 뿐인데 세 사람이 다쳤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다음 날 10시경에 또 전화가 왔다. 어제 왜 입원하지 않았는지 물었더니 가해자가 허락하지 않아서 병원에 가지 않았다고 하면서 오늘 가면 되느냐고 하였다. 어제와 같은 이유를 대면서 인사사고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하였다.

 

입원 문제를 내게 두 번이나 묻는 것이 이상하였다. 보험사 직원에게 전화해서 인사사고를 인정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 보험사 직원은 피해자들이 경찰서에 교통사고 신고를 하면 경찰관이 나와서 현장 검증을 하고 내게는 과태료와 벌점이 나온다고 하였다. 다시 나와 같은 경우에 사고를 낸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지 물었다. 대개 피해자의 요구를 들어준다는 대답을 들었다.

 

교통사고가 경찰서에 알려지는 것이 두렵기도 하고, 어차피 보험회사에서 피해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할 것이라는 생각에 사고를 인정하고 병원에 가보라고 하였다. 몇 년 전에 아내가 일으킨 교통사고가 생각났다.

 

비오는 날 아내가 차를 운전하여 가다가 도롯가 주차선 안에 제대로 주차하지 않은 승용차 뒷부분을 조금 추돌하였다. 그날은 차주가 나와서 그냥 가라고 하여서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 보험사 직원으로부터 그 사람이 허리를 다쳐서 병원에 입원하였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로부터 무려 석 달 동안 계속 입원했다고 하였다. 직원의 말에 의하면 그 사람은 교통사고를 핑계로 상습적으로 보험금을 타내는 사람이어서 고발한다고 협박하여 퇴원하게 했다는 것이다.

 

사고 며칠 후에 인사 담당 직원이 트럭 탑승자 한 사람당 70만원씩, 모두 210만원에 합의를 했다고 하였다. 트럭의 대물 피해는 47만원이었다. 번호판 받침대를 갈고 리어램프를 교체했다. 세상이 너무 많이 변했다. 내 차가 추돌당했을 때는 차에 조금 손상이 있어도 그냥 괜찮다고 했다. 다친 곳이 없는데 병원에 가는 것은 생각지도 않았다. 그런데 나처럼 하지 않는 모양이다. 아내의 경우에 비춰봐도 사고가 나면 무조건 진단서를 끊고 입원부터 하는 것 같다.

 

당당하게 현장조사를 받고, 다친 사람이 없었다고 끝까지 주장했어야 했다. 내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과태료 처분을 받고, 벌점도 받아야 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불의를 보고도 눈 감는 내 모습에 화가 먼저 났지만, 교통사고를 핑계로 한 몫 보겠다는 세태를 보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20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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