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불어나기 시작한 것은 결혼 후부터였다. 주위 사람들이 총각 때보다 보기 좋다고 했지만, 표준 체중을 유지하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었다. 연금 생활자가 되고부터 본격적으로 살을 빼기로 했다.
평일 오전에는 헬스클럽에 다녔다. 러닝머신에서 달리고 각종 헬스기구를 이용하여 상체 운동을 하고 하체를 단련했다. 뱃살을 빼기 위해 윗몸일으키기를 하고, 마무리 운동으로 실내자전거를 탔다. 샤워를 하면서 근육질 몸매를 가진 사람을 부러워했다. 나도 곧 저런 몸매를 가지게 되겠지…. 헬스장에 다닌 지 6개월 후에는 1년 치 사용료를 한꺼번에 결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가 시작되었다. 헬스장이 문을 닫았다. 다시 열었을 때는 아내가 말려서 가지 않았다.
일요일에는 만보걷기를 했다. 매주 토요일 고향에 가서 부모님을 돌보고 다음 날 돌아오는 길에 봉무공원 만보산책길을 걸었다. 단산지에서 출발하여 강동산불초소를 지나고, 감태봉에 올라 시내 전경을 보고 간식을 먹었다. 구절송이 있는 곳까지는 오르막길이고 그 후에는 긴 내리막길과 짧은 오르막길이 반복되었다. 나비체험관쪽으로 내려와서 봉무공원 주차장에 이르는 길로 총거리 7km, 2시간 30분이 소요되었다. 만보를 걷고 나면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67번을 걸었을 때, 아내가 등산을 많이 하면 무릎 연골이 다 닳아서 나중에 걷지 못한다고 하였다. 혼자 등산하지 말고 금호강산책로를 같이 걷자고 하였다. 아내의 꾐에 넘어갔다.
아침 혹은 저녁에 금호강 산책로를 30분 가량 걷는 것은 전혀 운동이 되지 않았다. 퇴직한 친구들은 자전거를 탄다고 하였다. 산책길 옆으로 씽씽 지나가는 자전거들을 보면서 나도 신나게 달려보고 싶었다. 어릴 때부터 자전거를 탔기 때문에 금호강종주자전거길 70km도 거뜬히 왕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내에게 자전거를 사달라고 했다. 아내는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지면 고관절을 다치게 되고, 그러면 평생 누워서 지내야 한다면서 절대로 사줄 수 없다고 했다.
아내도 뱃살을 빼고 싶다고 해서 간헐적 단식을 하기로 했다. 평소에 먹는 밥을 1/3 정도로 줄이고 그 대신 채소와 과일을 섞어서 만든 샐러드를 많이 먹기로 하였다. 오후 6시 전에 저녁을 먹고 오전 8시 이후에 아침을 먹었다. 14시간의 공백 기간에 간식은 절대 금지였다. 한달 가량 지나면서부터 뱃살이 빠지기 시작했다. 석 달이 지나자 5kg 정도 살이 빠졌다. 몸이 가벼워지고 정신이 맑아졌다. 아내가 살을 뺀 내 모습이 보기 싫다고 하였다. 다시 밥을 많이 담기 시작했다. 원래의 체중으로 돌아오는 데는 그다지 많은 기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내가 세끼 밥을 꼬박꼬박 먹어서 영양 과잉이 되는 것 같으니 한 끼는 안 먹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아침, 점심, 저녁 중 언제 굶을 것인지 의논했다. 내가 출근해야 하니까 아침은 꼭 먹어야 한다는 것이 아내의 주장이었다. 점심은 학교에서 급식을 하니 굶을 수 없다. 저녁을 안 먹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물었는데, 아내는 저녁을 먹어야 아침까지 지낼 수 있다고 하였다. 아내는 점심을 생략하고 싶어하고, 나는 저녁을 먹지 않아야 한다고 해서 의견이 통일되지 않았다.
아내가 챙겨주는 건강식품은 아침 식사 후에는 브라질너트, 사차인치, 호두, 라이코마토이고, 저녁 식사 후에는 유산균, 오메가3, 종합비타민, 홍삼진고 등이다. 한달 전부터 아침 식사 후에 우유에 탄 단백질 한 컵이 추가되었다. 건강에 도움되지 않으니, 먹지 않겠다고 해도 들은 척 만 척 한다.
아내가 차려주는 저녁을 먹고 건강식품까지 먹고 나면 늘 배가 부르다. 식곤증이 찾아와 일찍 자야 한다. 살빼기는 물 건너간 지 오래다. 내 다이어트의 적은 오늘도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20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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