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정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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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경상북도 달성군에서 태어나 1977년 대구 성서중학교를 졸업하였다. 어머니의 종교였던 ‘여호와의 증인’의 신도가 되어 고등학교 진학을 하지 않았다. 19세 때 폭력사건으로 대구교도소 미결수방을 거쳐 소년원으로 보내져 1년 6개월 동안 생활하면서, 그곳에서 많은 양의 다양한 책들을 읽었다.
1984년 무크지 ‘언어의 세계’ 3집에 ‘강정간다’ 외 4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하였으며, 198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실내극’이 당선되기도 하였다. 1987년 첫시집 ‘햄버거에 대한 명상’을 발표하였고, 이 작품으로 제7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역대 최연소 수상자가 되었다.
1988년 ‘세계의 문학’ 봄호에 단편 ‘펠리컨’을 발표하면서 소설을 쓰기 시작하여 첫 장편소설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를 출간하였다. 그 후 첫 소설집 ‘아담이 눈뜰 때’, 장편 ‘너에게 나를 보낸다’,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 ‘내게 거짓말을 해봐’ 등을 발표하였는데, 이 작품들은 모두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었다.
1천여 장의 재즈 음반을 수집하며 관심을 가지던 분야인 '재즈'를 소재로 한 소설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는 '재즈적 글쓰기'라는 평단의 조명을 받았고, ‘내게 거짓말을 해봐’는 음란성 시비로 출간되자마자 출판사측에서 자진 수거하고 결국 그는 구속·수감되었다. 또한 ‘아담이 눈뜰 때’, ‘너에게 나를 보낸다’, ‘내게 거짓말을 해봐’ 등의 작품은 영화화되기도 하였다. ‘내게 거짓말을 해봐’는 ‘거짓말’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어 원작과 함께 음란성 시비를 불러일으키며 커다란 화제가 되었다.
장정일은 자신의 소설 속에서 전통적인 가족관계의 해체 속에서 정체성을 잃어버린 주인공들의 도착적인 성관계를 여과 없이 표현하면서 많은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한편으로 소비사회의 인간적 삶을 독창적으로 형상화하는 작가이자 한국의 포스트모더니즘 소설을 대표하는 작가로 평가받기도 하였다.
주요 작품으로는 시집 ‘햄버거에 대한 명상’(1987), ‘길안에서 택시잡기’(1988), ‘서울에서 보낸 3주일’(1988), ‘통일주의’(1989), 소설 ‘아담이 눈뜰 때’(1990), ‘너에게 나를 보낸다’(1992),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1994), ‘내게 거짓말을 해봐’(1997), ‘보트하우스’(1999) 등이 있고, 희곡 ‘실내극’, ‘도망중’, 산문집 ‘펄프에세이’(1997)와 ‘장정일의 독서일기’ 시리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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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꿈은 '동사무소의 하급 공무원이나 하면서 아침 아홉 시에 출근하여 다섯 시면 퇴근하여 집에 돌아와 발 씻고 침대에 드러누워 새벽 두 시까지 책을 읽는 것'이었다 한다. 책읽기는 그가 그토록 무서워하고 미워했던 아버지로부터의 유일한 탈출구였다.
학교를 싫어했던 그는 삼중당문고를 교과서 삼아 열심히 외국 소설을 독파했고, 군입대와 교련을 거부하는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핑계로 드디어 1977년 성서중학을 끝으로 학교와의 인연을 끊는다. 그러나 1979년 폭력범으로 소년원에 수감되면서 그는 학교와 군대의 나쁜 점만 모아놓은, 세상에서 가장 몹쓸 지옥인 교도소 생활을 경험하게 된다. 이때의 경험은 ‘하얀 몸’을 비롯한 그의 시의 바탕이 된다.
오랜 정신적 방황을 겪은 그는 박기영을 스승으로 삼아 시를 배우기 시작하여 마침내 1984년 무크지 ‘언어의 세계’에 ‘강정간다’ 외 4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한다. 이후 ‘시운동’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왕성한 시작 활동을 하였고, 1987년에는 희곡 ‘실내극’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극작활동도 시작한다. 그리고 같은 해 시집 ‘햄버거에 대한 명상’으로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하고 연이어 시집 ‘길안에서 택시잡기’를 발표하면서, 지금껏 문단에서 경험해본 적이 없던 '장정일'이라는 '불온한 문학'이 드디어 '중앙'에 입성했음을 알린다.
1988년 ‘세계의 문학’ 봄호에 단편 ‘펠리칸’을 발표하면서 소설가를 겸업하기 시작한 그는 소설집 ‘아담이 눈뜰 때’(1990), 장편 ‘너에게 나를 보낸다’(1992),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1994)를 연이어 발표하고 이 소설들이 모두 같은 제목의 영화로 만들어지며 '장정일'은 드디어 우리 문화의 뚜렷한 코드 상징으로 자리잡는다.
그러나 1996년 ‘내게 거짓말을 해봐’를 발간한 후 그가 파리에 있는 그의 아내인 소설가 신이현을 만나러 출국한 사이, 한국에서는 외설시비가 일어나고 자신의 소설이 작품성과는 상관없이 포르노로 규정받고 있던 그 해의 마지막 날, 장정일은 파리에서 자진 귀국하여 당당히 자신의 작품에 대해 변론한다. 그러나 영화 ‘거짓말’이 무죄판결을 받은 것과 대조적으로, 법원의 최종판결은 유죄. 그리고 또 한번의 구속.
그 사이 한국에서의 평가와는 달리 ‘내게 거짓말을 해봐’는 일본에서 발간되는 등 해외에서 더 호평을 받고, 그는 스스로 대표작으로 꼽는 ‘중국에서 온 편지’(1999)와 자전적 소설 ‘보트하우스’(2000)를 펴낸다. 그의 '독자 후기'를 모은 ‘장정일의 독서일기’도 7권까지 펴내며 그는 지금 대구에서 평생소원인 책읽기와 재즈듣기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머리같이 쓸데없는 데서는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노모가 바리깡으로 직접 깎아주는 빡빡 머리와 헐렁한 골덴 바지 그리고 청색 면 티 차림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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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인 소설가가 대학교수로 강단에 선다.
주인공은 1996년 장편 ‘내게 거짓말을 해봐’의 음란물 시비로 구속돼 창작의 자유와 음란성에 대한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던 소설가 장정일(44)씨.
장씨는 최근 동덕여대 문예창작학과 초빙교수로 임용돼 오는 3월부터 학생들을 가르친다. 강의 분야는 ‘희곡창작론’ 등 희곡 과목들. 대학 중퇴 문인들이 교수가 된 사례가 더러 있었지만, 중졸 학력의 문인이 교수가 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장씨는 6일 “중학 시절 문인이 되어 보겠다며 삼중당문고 200여 권을 독파하면서 홀로 문학수업을 했는데 이렇게 강단에 서게 돼 감회가 새롭다”면서도 “누구를 가르친다는 생각보다는 문학이 무엇이고 창작이 무엇인가를 복습하고 반추하는 겸손한 마음으로 강단에 서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학교 측은 “장씨가 문학에서 이룬 성과를 바탕으로 젊은 작가를 키워낼 소설가로 판단했다”고 임용 배경을 설명했다. 같은 대학의 동료교수로 장씨를 맞이하게 된 소설가 하일지(국문과)씨는 “교육부 규정상 장씨를 정교수로 임용할 수 없어 일단 초빙교수로 채용했을 뿐, 임기 4년을 마치면 정교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정일씨는 지난해 2학기에도 이 학교 강사로 임명돼 강의를 한 바 있으며, 탁월한 ‘강의능력’을 인정받은 것이 이번 임용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장씨는 1984년 문예지 ‘언어의 세계’에 시 ‘강정간다’로 등단했으며, 1987년 시 ‘햄버거에 대한 명상’으로 제7회 김수영문학상을 받았다. 장편 ‘너에게 나를 보낸다’(1992), ‘보트하우스’(1999), 시집 ‘길안에서 택시잡기’(1988), 희곡 ‘해바라기’(1996) 등을 냈다. KBS의 책 소개 프로그램인 ‘TV 책을 말하다’의 진행을 맡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