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오에 의한 의사표시
1. 착오의 의의
착오란 표의자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표시된 내용과 내심의 진의와의 불일치가 생기고 있는 경우를 말한다. 착오는 표의자가 그 불일치를 알지 못한다는 점에서 진의 아닌 의사표시와 구별된다.
의사표시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표의자는 일정한 요건하에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있기 위하여는 계약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어야 한다.
2. 착오의 유형
(1) 표시의 착오
표시행위를 잘못하는 것이 표시의 착오이다. 표의자가 표시된 내용의 의사표시를 하고자 의욕하지 아니한 경우에 표시의 착오가 생기게 된다. 즉 표의자가 표시하고자 의욕한 것과 다른 표시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매도인이 청약서에 매매가격을 23만원으로 기재하려 했으나 오타하여 32만원으로 기재하는 것 같은 오기나 오담이 표시의 착오에 해당한다.
(2) 내용의 착오
표의자가 표시행위의 의의를 잘못 이해하는 것이 내용의 착오이다. 즉 표의자가 의사표시의 내용에 관하여 착오에 빠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홍콩 달러와 미국 달러를 동일한 것으로 오신하여 홍콩 100달러를 미국 100달러로 표시하는 것이 내용의 착오이다.
(3) 동기의 착오
의사표시의 동기란 ‘효과의사를 형성하게 된 사정’ 또는 ‘법률행위로서 도모하려는 경제적․사회적 목적’을 말하며, 그 동기가 잘못된 상황 판단에 기초해 이루어진 경우에 동기의 착오가 있다고 한다. 즉, 동기의 착오란 표시에 대응하는 내심의 의사는 존재하지만 그 내심의 의사를 결정할 때의 동기 내지 내심의 의사를 결정하는 과정에 착오가 있는 경우를 말한다. 예컨대 금반지라고 믿고 도금한 구리 반지를 매수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이와 같은 동기의 착오가 의사표시의 착오로 인정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문제된다. 해석상 논의가 있으나 판례에 의하면 의사표시의 동기에 착오가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에 그 동기를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삼았을 때에 한하여 의사표시의 내용의 착오가 된다고 한다.
3. 착오 취소의 요건
(1)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존재할 것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부분의 착오란 의사표시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한 법률효과의 중요한 부분에 착오가 있는 것을 말한다. 법률효과의 중요한 부분인가의 여부는 그 법률효과가 없었다 하더라도 표의자와 일반인의 입장에서 볼 때 그 의사표시를 하였을 것인가의 여부에 의하여 결정된다.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가의 여부는 구체적 사정에 따라 가려져야 할 것이고 일률적으로 정할 수 없다고 하며, 토지매매에서 시가에 대한 착오는 동기의 착오에 불과하고 중요부분의 착오가 아니라고 한다.
(2) 표의자의 중과실이 없을 것
(가)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다 하더라도 표의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취소할 수 없다(제109조 1항 단서). 중과실의 유무에 의하여 표의자와 상대방의 이익은 조정될 수 있다.
(나) 중대한 과실이란 표의자의 직업, 행위의 종류․목적 등에 비추어 보통 요구되는 주의를 지나치게 결여한 것을 말한다. 판례는 공장설립목적으로 토지매매를 하는 경우 매수인이 그 토지상에 설립하고자 g는 공장의 설립가능 여부를 관할구청에 알아보아야 할 주의의무를 부담하며, 매수인이 이러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채 계약을 체결하였다면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착오를 이유로 한 취소를 주장할 수 없다고 한다.
(다) 상대방이 표의자의 착오를 알면서 이를 이용한 경우에는 민법 제 109조 1항 단서의 규정을 원용할 수 없다. 이러한 경우에는 표의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표의자는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 민법 제 109조 1항 단서의 규정은 상대방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상대방이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를 이용한 경우에는 이 규정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해석하는 것이 착오제도의 목적에 부합한다. 그리고 악의의 상대방이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을 원용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배치되기 때문에 허용되어서는 안된다.
(라) 중대한 과실의 입증책임은 의사표시의 상대방이 부담한다.
(3) 취소가 배제되는 경우가 아닐 것
취소의 요건이 충족되었다고 하더라도 ① 취소권 배제의 특약이 있는 경우 ② 화해계약 등 특수한 법률행위의 경우(제733조)에 착오에 의한 취소권의 행사가 배제된다. ③ 그 밖에도 착오로 표시한 의사표시가 표의자에게 더 유리한 경우 및 상대방이 표의자의 내심의 의사에 따른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에 동의하는 경우에도 취소권을 부정하는 견해가 있다.
4. 착오의 효과
(1) 원칙
의사표시는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원칙적으로 이를 취소할 수 있다(제109조 1항 본문). 착오를 이유로 법률행위가 취소되면 그 법률행위는 처음부터 무효인 것으로 된다.
(2) 예외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때에는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다고 하더라도 표의자는 그의 의사표시를 취소하지 못한다.
(3) 제3자에 대한 관계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는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제109조 2항). 이 규정은 거래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