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 50분에 학교에 도착했다. 40분 동안 산책할 수 있다. 교실에서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나간다. 학교 담장을 지나 동쪽으로 난 길을 걷는다. 우보면사무소 뒷길이다. 길가에서 조금 떨어진 산기슭에는 보라색 등나무꽃이 송이송이 달려있고 길 옆에는 노란 애기똥풀이 여기저기 피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왼쪽으로 돌아 교회를 지나면 등산로 입구이다.
길 오른쪽은 꽤 넓은 대추밭이다. 연두색 대춧잎이 구불구불한 가지 끝에서 피어난다. 왼쪽은 무덤이다. 등산로에서 처음 마주치는 것이 무덤이라니…. 너도 언젠가 나처럼 될 거라고 무덤 속 주인이 말하는 듯하다. 무덤 앞쪽에 무리지어 핀 영산화가 햇살 아래 붉게 타오른다. 무덤 속 주인도 영산화를 좋아했을까. 봄에 활짝 피는 저 꽃처럼 화려한 젊은 시절을 보냈을까.
콘크리트 포장으로 시작된 등산로는 야자매트가 깔린 길로 바뀌었다가, 다시 콘크리트길, 야자매트로 변한다. 경사가 심한 곳은 콘크리트, 완만한 길은 야자매트다. 입구에서 500미터쯤 지나면 야자매트길이 계속되다가 산길로 변한다.
국통산 오르는 길에 봄이 오면 등산로 양쪽에 피는 갖가지 꽃들이 등산객을 반긴다. 산벚꽃, 홍매화, 산복숭아꽃이 하얀색, 분홍색, 진분홍색으로 세상을 물들이고 애기똥풀꽃, 찔레꽃, 아카시아꽃이 차례로 피어난다.
등산로 주변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야생화는 타래붓꽃이다. 등산객이 적은 곳이라 양쪽 길가는 말할 것도 없고 야자매트 가운데도 타래붓꽃이 자란다. 실타래처럼 뒤틀리는 녹색 잎과, 붓처럼 생긴 꽃봉오리, 진한 보라색의 선이 여러 줄 그어진 연보라색 꽃잎까지, 지천으로 널려서 눈을 즐겁게 한다. 뿌리로 번식하는 식물이라 내년에는 더 많은 식구로 불어날 것이다.
길에서 보이는 무덤 중에 유별나게 타래붓꽃으로 뒤덮인 무덤이 있다. 봉분 주위는 말할 것도 없고 봉분에도 타래붓꽃이 자란다. 꽃으로 장식된 무덤이다. 살다 보니 이런 무덤도 볼 수 있구나!
조금 더 올라간 삼거리에 이정표가 있고 조금 더 가면 본격적인 숲길이 시작된다. 거의 평지에 가까운 길이다. 등산로 양쪽에 늘어선 키 큰 나무들 때문에 더 이상 햇살이 들어오지 못한다. 산 아래쪽은 참나무와 아카시아 등 활엽수가 섞여 있고, 중턱쯤 되는 곳부터는 활엽수와 소나무가 반반이다. 정상에 가까워지면 소나무밭이 넓게 펼쳐진다.
등산로에서 갈라지는 큰길, 작은 길은 모두 무덤으로 가는 길이다. 햇볕 잘 드는 넓은 장소에 자리 잡았다. 가족묘가 설치된 곳도 있다. 무덤을 만들기 위해 잘라낸 나무들이 주위에 쌓여 있기도 하다. 등산로와 음택으로 가는 길 외의 산길은 없다고 봐야 한다.
시계를 본다. 8시 10분에 돌아서서 왔던 길로 걸어간다. 내리막이 많아 좀 더 빨리 걸을 수 있다. 아침마다 걷는 길이지만 매일 새롭다. 산새가 울고, 꽃들이 피고 지고, 가끔가다 새끼 노루가 뛰어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산복숭아 나무에 달린 녹색의 작은 열매가 눈에 들어온다.
퇴근 후에 등산로를 걸어서 국통산 정상까지 가본 적 있다. 해발 337미터, 우보면사무소에서 3킬로미터쯤 되는 곳이고, 50분이 소요되었다. 정상에는 전망대를 겸한 정자가 있고, '국통산 노래비'와 노래비 뒷면에 새긴 'P군수 공덕비'가 서 있다. 국통산 노래는 우보초등학교 교가이다. 교가를 국통산 노래로 바꾸어 놓다니…. 어이없다는 생각이 든다. 공덕비 주인공인 P군수는 2009년에 국통산 등산로를 개통하였다. 사람이 그다지 찾지 않는 산 정상에 세워진 공덕비는 무척 어색하다.
건강을 위해서 산책을 하거나 등산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평지를 걸으면 너무 밋밋하고 산을 오르면 힘이 든다. 국통산 등산로는 적당한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어서 노인이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숲이 우거진 산길을 걷고 나면 하루를 상쾌하게 시작할 수 있다.(202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