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입는 체육복이 어느 순간 보이지 않았다. 2019년에 체육전담교사를 할 때 구입한 옷이다. 바지는 검은색, 윗도리는 청색의 점퍼 스타일이다. 독특한 모양의 옷이라 체육 시간이 아니라도 자주 입고 다녔다.
안방 옷걸이에서 여러 번 찾아보고, 내가 근무하는 A초등학교 교사연구실과 수업지원을 하러간 교실의 책상 서랍을 뒤져봐도 없었다. 아내에게 같은 모양의 체육복이 있으면 새로 사달라고 했다. 아내가 그런 모델의 옷은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했다.
체육 시간에 입기 위해 모자와 함께 종이 가방에 넣어서 가져간 기억은 있었다. 그런데 그날 수업을 하지 않아서 어디엔가 둔 것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 장소가 생각나지 않았다. A학교에 없으니 수업 지원을 하러 간 다른 학교에 있을 것이다. 최근에 수업하러 간 B학교에 갔다. 퇴근하는 길에 들러서 옷장과 교사용 책상 서랍을 뒤져 봤는데 보이지 않았다. C학교에 두고 왔나? C학교는 B학교보다 더 먼 곳에 있는 학교이다. 퇴근 후 찾아갔을 때는 당직하는 주무관만 근무하고 있었다. 교실에 가서 함께 찾아보았는데 보이지 않았다. 학교에는 가져가지 않은 모양이다.
그렇다면 자동차 뒷좌석이나 트렁크에 있을 것이다. 내가 출퇴근하는 차의 뒷좌석과 트렁크를 찾아보고, 혹시나 싶어서 아내의 차까지 뒤졌지만 오리무중이었다. 그때 문득 생각나는 자동차가 있었다. 아, 그 차에 두고 온 모양이다.
작년 10월 초에 추돌사고를 일으켜서 군위에 있는 자동차 정비업체에 수리를 맡기고, 수리 기간 동안 탈 차량으로 소나타LP를 받았다. 주행거리가 48만 킬로미터를 넘었다. 내부 장식으로 봐서 개인택시인 것 같았다. 일요일에 아내와 아들 부부를 태우고 해인사에 갔다 온 뒤부터 속력이 제대로 나지 않았다. 다음 날 출근할 때는 가속 페달을 밟아도 시속 40킬로미터를 넘지 못했다. 비상등을 켜고 가다가 길가에 차를 세우고 견인차를 불렀다. 그 날 정비업체에 맡기면서 뒷좌석에 실어둔 체육복을 그냥 두고 온 것 같았다.
C학교에 갔다 온 다음 날 정비업체에 갔다. 소나타에 체육복을 두고 반납한 것 같아서 찾으러 왔다고 했다. 여직원이 차가 먼 곳에 나가 있어서 들어오면 찾아보겠다고 했다. 오후 여섯시까지 기다렸으나 차는 돌아오지 않았다. 들어오면 뒷좌석과 트렁크에 체육복이 있는지 살펴보고 전화해달라고 부탁했다.
한 달이 지났다. 정비업체에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참다못해 다시 찾아갔다. 여직원이 그 차가 계속 나가 있어서 내부를 확인해 볼 시간이 없었다고 했다. 다시 한 번 더 부탁하였다. 한 달이 더 지나도록 전화가 오지 않았다. 내가 가서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하고 퇴근 후에 두 번 정도 가서 세워져 있는 차들을 둘러보았다. 소나타는 보이지 않았다.
날씨가 추워졌다. 겨울 체육복을 입어야 할 때였다. 가을 체육복은 더 이상 찾지 않기로 했다. 아내는 3년간 봄, 가을에 입었으니 옷값 다 뽑았다 생각하고 잊어버리라고 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다.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3월 20일부터 C학교에 수업지원을 나가게 되었다. A학교에 있는 물건들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책상 옆에 있는 보관함을 열었다. 그곳에 그토록 찾던 체육복과 모자가 든 종이가방이 있었다. 다섯 달 만에 잃어버린 옷을 찾았다.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았으면 진작 찾을 수 있는 옷이었다.
자동차정비업체 여직원에게 미안한 생각이 먼저 들었다. 체육복이 그 차에 있다고 단정하고 찾아달라고 했다. 나에게 협조하지 않는다고 의심하고 원망하기도 했다. A, B, C 학교 선생님들과 당직 주무관에게도 미안하였다.
불완전한 기억을 완전하다고 착각하고 등잔 밑은 살피지 않고 먼 곳을 살폈다. 나의 기억력은 의심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의심하였다. 나이 탓으로만 돌릴 수 없는 잘못된 인식이고 모순된 행동이다. 어떤 일이 일어나면 내 탓이라고, 내 잘못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생각하고 나와 내 주변부터 살펴야겠다.(2023.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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