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해가 뜨기 전에 집을 나선다. 공항교 아래로 내려오면 금호강 산책길이다. 새벽부터 걷는 사람들이 많다. 걷기만 해도 병이 낫는다고 했던가. 나이든 사람에게 걷기는 빼놓을 수 없는 일과가 되었다. 몇 년 전에는 봉무공원 만보산책로를 걸었다. 단산지 입구에서 출발하여 감태봉과 구절송을 지나 나비체험관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7킬로미터 구간에 2시간 30분이 걸린다. 100만 보를 채우겠다고 결심했는데 69만 보에 그쳤다. 이제는 나이 탓을 하며 하루에 만 보를 걷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건강을 위해 걸으면서 생계를 위해 길을 걷는 사람들을 떠올린다. 내가 어릴 적에 우리 집에 들리는 사람 중에 엿장수가 있었다. 엿을 싣고 온 리어카를 맡기고, 지게에 엿상자를 옮겨서 갓바위 아랫마을이나 능성고개 너머..